(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장원준(36·두산)은 지난겨울 재계약 협상에서 연봉 8000만원에 서명한 뒤 심경이 복잡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10억원을 받던 그는 14년 만에 억대 연봉이 깨지며 자존심을 구겼다.
'계속 야구를 해야 하는 건가'라는 허탈감도 컸으나 장원준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재기를 다짐하며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고, 건강하게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 두 차례 연습경기에 나가 공을 힘차게 던지기도 했다.
두산에 장원준은 '아픈 손가락'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최고의 투수로 곰 군단을 우승후보 1순위로 만들었던 그이지만 세월을 이겨내지 못해 내리막길을 걸었다.
장원준은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하자마자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2017년에도 14승 9패 평균자책점 3.14 125탈삼진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지금은 '잊힌 에이스'가 됐다. KBO리그 통산 129승을 거둔 장원준은 최근 2년간 한 번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8경기만 나가 7⅔이닝만 던졌다.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래도 두산은 장원준이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고 때문에 지난겨울에도 방출이 아닌 재계약을 택했다.
정재훈 투수코치는 "장원준은 몸 상태가 관건"이라며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다른 투수와 같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어느 해보다 부활을 기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도 "잘 준비했다"며 장원준을 선발투수 후보로 분류했다.
장원준은 지난 7일 NC와 연습경기에서 5회 구원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2사 1, 2루에 몰렸으나 최정원을 내야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마쳤다. 나흘 전 KT전(⅓이닝 1피안타 2볼넷 2실점 1자책)에서 첫 타자를 야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와르르 무너진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물론 깔끔한 내용은 아니었다. 장원준의 직구 최고구속은 138km에 그쳤다. 타자를 압도할 만한 구위도 아니었다.
두산-NC전 경기를 중계한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장원준의 구속이 예전처럼 나오지 않았다. 냉정하게 예전 같은 투구가 쉽지 않을 듯하다"며 "새롭게 살아남을 방법을 터득해야 할 텐데 남은 기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재기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은 날씨가 쌀쌀한 3월 초이며 선수들은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리지 않았다. 장원준도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
전성기는 지났으나 그는 스스로 변화를 주며 생존 방법을 익히고 있다. 예년에는 이 시기에 건강을 의식해 조심스럽게 준비했던 걸 감안하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과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