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에 책임론이 제기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사실상 경질하고, 경남 양산 사저와 관련한 야권의 공세에 "그만 하시라,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웬만해선 장관들의 경질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야권 비판에도 '점잖은 대응'으로 일관해온 문 대통령의 이같은 이례적인 행보는 LH 사태로 인한 레임덕 가능성을 차단하고, 임기 말 국정과제를 완수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변 장관의 사의를 보고를 받은 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의를 수용했다.
변 장관이 자진 사퇴하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으나, 사실상 경질인 셈이다. 지난 11일 정부합동조사단이 투기가 의심된다고 발표한 LH 직원 20명 중 11명이 변 장관의 LH 사장 재직 시절 사례로 확인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여당에서 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됐다.
다만 문 대통령은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즉각 사퇴를 보류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급 대책이 워낙 중요해서 그와 관련된 기초작업은 끝내고 퇴임하라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장관을 웬만해선 교체하지 않는 문 대통령의 성향상, 재임 기간이 석 달여에 불과한 변 장관의 경질은 이례적이다. 민주당 내에서 변 장관의 경질 요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은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강조하면서 선을 그어왔다.
문 대통령의 태도가 바뀐 것은 변 장관의 책임이 확인된 상황에서 야권을 넘어 여권에서도 제기되는 경질 요구를 계속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여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속해서 악화되면 내년 대선의 전초전인 4·7 재보선에 심각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대중들에게 부동산 문제는 검찰개혁보다 삶에 밀접한 관심 사안인 만큼, 정권에 끼칠 악영향 역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갈등의 그것보다 더 클 수 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추미애 전 장관의 경질론에 응답하지 않다가 결과적으로 '악수'를 둔 일을 반복하지 않고 신속하게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전날 SNS를 통해 최근 야당에서 제기한 경남 사저 부지 의혹에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시지요.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직접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야당의 공세에도 공식 일정의 모두발언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하던 문 대통령의 평소 대응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 목적으로 양산 농지를 매입한 후 대지로 '형질 변경'한 것이 편법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9일 "(농지 취득 과정에) 불법·편법은 전혀 없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야당이 지속해서 관련 의혹을 이어나가자,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작심 발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를 통하지 않고 직접 SNS에 글을 올려 야당과 대립각을 세운 데 대해 최근 LH 사태로 여권이 수세에 몰린 상황을 반전시키고 지지층을 모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이 전날 오후 6시30분쯤 페이스북에 게시한 해당 글은 게시한 지 17시간 만에 '좋아요' 3만3000개를 받고 댓글 1만3000개가 달렸다. 통상 문 대통령의 SNS 게시글이 좋아요 1만개, 댓글은 수천개인 점을 고려할 때 매우 뜨거운 반응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검색어 '문재인'에 대한 관심도는 최근 7일간 25 내외로 유지되다가 문 대통령이 게시글을 게시한 직후인 전날 오후 7시에 '100'으로 급상승해 최고치를 찍었다. 트위터에서도 '대통령님'이 1만9500여회 트윗되면서 실시간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게시글이 지지층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것이다.
문 대통령이 변 장관의 거취 문제를 정리하고 야권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다음 주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 국무회의 등을 통해 발표할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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