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19일(한국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슈타디온 막시미르에서 열린 2020-2021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디나모 자그레브와의 경기에서 0-3으로 패배한 뒤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가 '진짜 위기'에 빠졌다. 두시즌 연속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불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러 문제가 도미노처럼 덮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불거진다.
최소 200억원짜리 '황금의 땅'… 두 시즌 연속 못밟나
토트넘은 19일(한국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슈타디온 막시미르에서 열린 2020-2021 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디나모 자그레브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0-3으로 완패했다.
1차전을 2-0으로 승리했던 토트넘은 이날 경기에서 필승이 예상됐다. 자그레브는 2점 차로 뒤처진 데다가 경기를 앞두고 조란 마미치 감독까지 사임하면서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토트넘은 다미르 크르즈나르 임시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자그레브에게 굴욕적인 역전을 당했다. 합산점수가 2-3이 되면서 토트넘의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도전기는 16강에서 멈췄다.

이날 탈락으로 토트넘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도전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유로파리그 우승팀에게는 상금 이외에 '차기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이라는 최고의 혜택이 주어진다. 자국 리그 성적에 관계없이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으로 직행할 수 있다. 리그 내 경쟁이 치열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차라리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거둬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질 정도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는 본선 진출만 성공해도 200억원 이상이 보장되는 '꿈의 무대'다. /사진=로이터
챔피언스리그는 수천억원의 돈이 오가는 '황금의 땅'이다. 당장 조별예선에만 진출해도 각 팀별로 1500만유로(약 200억원)의 배당금이 들어온다. 조별예선을 통과하면 또다시 950만유로(약 128억원)가 추가된다. 조별예선에서 승리하거나 무승부를 거둬도 이후 토너먼트 성적에 따라서도 돈이 차등 지급된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바이에른 뮌헨은 총 1억3000만유로(약 1753억원)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거머쥐었다.
토트넘은 현재 새 홈구장 신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말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발표한 2019-2020시즌 적자폭은 세후 6390만파운드(약 1007억원)에 달했다. 무관중 조치가 쭉 이어졌던 이번 시즌은 적자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힘겨운 재정 싸움 속 챔피언스리그 진출마저 실패한다면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동요하는 선수들… 손흥민-케인 동반 이탈 가능성까지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해리 케인이 19일(한국시각)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슈타디온 막시미르에서 열린 2020-2021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 디나모 자그레브와의 경기에서 0-3으로 패배한 뒤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는 재정적 문제로만 귀결되지 않는다. 챔피언스리그는 모든 축구선수들이 한번이라도 뛰기를 원하는 꿈의 무대다. 계속해서 출전이 어려워진다면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붙잡아두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현지에서는 토트넘을 이끄는 공격수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동반 이탈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현역 시절 토트넘에서 뛰었던 해설가 피터 크라우치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BT스포츠' 방송에서 "케인과 손흥민은 유로파리그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뛸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다"고 짚었다.


크라우치는 "토트넘은 오늘 자그레브에 막혀 (유로파리그에서) 탈락했다. 두 선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며 "물론 그들은 토트넘에 충실하다. 하지만 오늘같은 경기는 (그들의 충성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경기력에 획기적인 반등이 없다면 두 선수를 잡을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지난 19일(한국시간) 기준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위권 순위표. 4위 첼시부터 8위 토트넘까지 승점 6점 차 안에 모여있다. /사진=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아예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현재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28경기에서 13승6무9패 승점 45점으로 8위에 올라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 첼시(승점 51점)와의 격차는 6점 차다. 리그 종료까지 팀당 9~10경기 정도씩 남은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
다만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 속 토트넘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당장 첼시가 지난 1월 중순 토마스 투헬 감독 부임 이후 리그에서 10경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첼시와 토트넘 사이에 껴있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48점), 리버풀, 에버튼(이상 46점)도 하나같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4위와 단 두경기 차 뿐이지만 다른 팀들의 저력을 상대하면 앞으로 대부분의 경기에서 무조건적으로 승점 3점을 노려야 한다.

갑작스레 균열이 나기 시작한 팀 내 분위기도 토트넘이 단속해야 할 요소다. 토트넘의 주장인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자그레브전 패배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리가 뛰는 방식은 전혀 충분하지 않았다"며 "과거에 우리는 팀으로서 서로를 믿었기 때문에 위대한 순간을 누렸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선수들을 향해서는 "우리는 기본이 부족했다. 정신적으로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며 "우리는 야망으로 가득 찬 구단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선수단은 구단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반향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구단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드는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