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직장인 A씨는 10개월간 이어진 본부장의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이를 이사에게 신고했다. 그러나 이사와 본부장은 A씨에게 퇴사를 강요했고, A씨가 이를 거부하자 강제로 다른 부서로 발령을 냈다. 이후 사내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혐의없음'으로 종결됐고 오히려 A씨에 대한 표적 징계절차가 시작됐다.
이에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근로감독관은 A씨에게 통보하지 않고 진정을 종결했다. A씨의 항의로 재조사가 시작됐지만 7개월째 제대로 된 조사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결국 회사를 퇴사했다.
A씨의 사례처럼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 10명 중 7명이 신고 후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회사의 보복 조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22일부터 29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신고자의 69.2%가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경험했다.
불이익 유형은 Δ징계·근무조건의 악화(61.1%) Δ괴롭힘·따돌림(33.3%) Δ해고(5.6%) 순으로 많았다.
또 직장갑질119는 지난 1~2월 받은 이메일 제보를 공개하며, 신원이 확인 된 제보 397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은 210건(52.9%)이었다고 밝혔다. 이중 신고까지 이뤄진 경우는 86건(41%)이었고, 그중 26건(30.2%)은 신고를 이유로 보복을 당했다는 제보였다.
신고자들은 "노동부에 직장 내 갑질을 신고했더니 회사에서 나를 조사하겠다며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징계를 한다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후 원치 않는 부서에 협의없이 배치받았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구두해고를 당했고,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근로감독관이 합의를 종용한다"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제6항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하지만 제보 사례와 설문조사의 결과에 비춰보면 '보복갑질'을 금지한 현행법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게 직장갑질119의 지적이다.
직장갑질119 김한울 노무사는 "신고 이후에도 피해자가 직장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 사용자들은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를 사업장에서 내보내거나 피해자에게 징계를 하는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백한 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에서 제대로 된 조사 및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근로감독관의 직무유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지침'은 관련 신고의 경우 근로감독관이 진정인, 피진정인, 목격자 등 참고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 등을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A씨의 사례처럼 근로감독관의 직무유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상처받은 직장인들은 정부로부터 2번, 3번 상처를 받고 있다"며 근로감독관의 직무유기에 대한 정부 처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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