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석모씨가 계속해서 자신은 아이를 낳은적 없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그가 지난 17일 검찰로 송치되기 전 구미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사진=뉴스1
경북 구미의 빈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친모로 알려진 석모씨 측이 출산 사실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유전자(DNA) 검사 결과 석씨가 여아의 친모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석씨와 남편인 김모씨는 여전히 "절대 출산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임신거부증을 앓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임신거부증은 임산부가 자신의 임신을 인지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숨진 여아의 친모 석씨의 남편 김씨는 지난 19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 석씨가 출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었다.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집사람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억울한 누명을 벗겨달라고 했겠나"라며 "아내는 절대 출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숨진 아이가 태어나기 한달 전쯤 찍었다는 석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출산했다는 시점에서 한 달 반 전 모습인데 만삭이 아니다"라며 "(석씨가) 임신을 했다면 제가 그 사실을 몰랐을 리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구속 수감된 석씨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편지에서 석씨는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나는 진짜로 결백하다. 결단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임신거부증' 가능성 제기되는 이유
석모씨의 남편 김모씨는 지난 19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해 석씨가 출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SBS 제공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네차례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정확도가 99.9999% 이상이라고 밝혔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틀렸을 경우는 사실상 ‘0’이라는 것. 
남편 김씨가 (석씨가)만삭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전문가들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임신거부증’을 앓았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임신거부증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을 느끼는 여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임신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질환이다. 임신거부증은 상상임신의 반대 개념인데 충격적인 것은 몸의 변화다. 임신부가 자신의 임신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임신을 하지 않았다고 믿으면 태아도 알아서 조용히 숨어서 큰다.


자궁도 둥글게 커지는 것이 아니라 길게 커지고 태아는 태동도 없이 아홉달 동안 최대한 엄마에게 방해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크기 때문에 남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막달까지 월경이 지속되는 경우도 일부 있고 배가 별로 나오지 않고 입덧이나 태아의 움직임도 없어 임신을 자각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임신거부증을 가진 산모의 경우 출산을 하더라도 아기에 대한 모성애를 전혀 갖지 못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임신거부증' 사례 보니…
2006년 한국에 거주 중인 프랑스 여성 베로니크 쿠르조가 일으킨 ‘서래마을 영아 살인사건’은 대표적인 임신거부증 범죄로 꼽힌다. /사진=JTBC 방송캡처
우리나라에서 임신거부증이란 개념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사건은 2006년 한국에 거주 중인 프랑스 여성 베로니크 쿠르조가 일으킨 ‘서래마을 영아 살인사건’이다. 이 여성은 “내가 낳은 것은 아이가 아니었다.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신체의 일부이던 무언가를 내가 죽였다”고 말했다.
아이의 아빠는 미국 자동차 부품 회사의 임원으로 서울에 파견된 프랑스인 엔지니어 장 루이 쿠르조였다. 당시 임신 사실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고 쿠르조는 3년 전 자궁절제술을 받아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이후 쿠르조는 세차례의 영아 살해를 자백했다. 쿠르조는 한국에서 영아 2명을 살해한 뒤 냉동실에 넣어 보관했는데 당시 그는 임신거부증을 앓고 있었고 아이를 낳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임신 중이었던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영국 데일리메일은 출산 직전까지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한 32세 여성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 세 명의 아이를 낳은 이 여성은 변기에 앉은 후 양수가 터지면서 압력이 느껴지자 자신이 출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의 아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의 정관수술 예약일까지 피임약을 복용했고 실제 월경이 있었으며 그 외 임신과 관련한 증상들도 없어서 임신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20대 여성 A씨가 중고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 자신이 낳은 신생아를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당시 A씨는 출산 당일에야 자신의 임신 사실을 인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