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1.3.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 1심 법원이 유죄를 인정했다.
사법농단 사건의 본류라 할 수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의 공모 혐의도 일부 인정됐는데, 향후 남은 사법농단 사건 재판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 전 상임위원에게는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 4년 만이자 이 사건 관련 7번째 재판 끝에 나온 유죄판결이다. 앞서 사법농단 관련 6차례 판결은 모두 무죄가 나왔다.

이 전 기조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차장과 공모해 2014년 12월~2016년 3월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상임위원은 2015년 7월~2017년 4월 헌법재판소 주요사건 평의결과 등 정보 수집, 2015년 4월 한정위헌 취지 사건 재판 개입, 2016년 10월 매립지 귀속사건 재판개입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실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보장을위한사법제도소모임(인사모) 활동을 저지·견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박선숙·김수민 등 당시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유무죄 심증을 파악해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선고를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1.3.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재판부는 이들 혐의 중 상당부분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이규진 전 위원이 박병대 전 처장, 임종헌 전 차장과 공모해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 등에 행정처 의사를 전달한 혐의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 재판부가) 제 3자가 내린 결론에 협조하게 하는 것이고 재판 독립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에 비판적이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모임을 와해하려던 혐의도 직권남용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종헌 전 차장이 혐의를 주도했다고 지적하며 "임종헌 전 차장이 오랜 기간 모임 해체·약화 목적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규진 전 위원이 헌재 파견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을 수집한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임종헌 전 차장의 공모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위원에 대해 "재판독립에 반해 위법부당한 행정처의 지적과 권고 사항을 (판사들에게) 재판부에 전달하게 부탁했고, 국제인권법 전 회장이면서도 임종헌 전 차장의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조치에 가담했다"며 "범행이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이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실장에 대해선 "(박선숙·김수민 전 의원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법 공보·기획 판사에게 주심 판사를 통해 재판부 심증을 확인해 보고하라는 위법·부당한 지시를 했다"며 "이는 재판사무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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