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기싸움이 본격화되면서 미중을 넘어 '서방 대 중러' 구도로 확전 되고 있다. 한국 외교 입장에서는 미중패권 경쟁뿐만 아니라 또 다른 '변수'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주 일본, 한국 방문 일정을 소화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19일까지 알래스카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했다. 이를 통해 중국과의 '간극'을 확인하며 본격적인 미중패권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미중 양측은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외교 결례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기후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과 관련한 형식적인 협력만 약속 한 후 양측은 자리를 떴다. 공동성명문도 도출하지 못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곧장 벨기에로 향했다. 일본과 한국 순방 일정으로 아시아 동맹 규합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후 유럽 동맹국 '단속'에 나선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24일까지 벨기에에 머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이후 유럽연합(EU) 관계자들과 만난다. 이를 통해 미국의 나토, EU와의 관계 재건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외교 일정은 동맹 재건이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상 대중견제 노선 구축에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
중국도 '내 편 만들기' 행보에 나섰다. 대표적 '우군'인 러시아와의 협력 행보가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미중 고위급 회담 이후 중러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미국을 겨냥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중러 양측은 "타국(미국)이 인권문제를 정치화하고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한 "주권국가가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다른 나라들이 인정해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표준 모델은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 등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 강화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 심화에 대비해 여차하면 '북한 카드'도 꺼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최근 구두 친서를 주고받으며 '중러 밀월'을 과시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적대 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북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하며 미중갈등이 심화될 경우 '혈맹' 중국 편에 설 것을 암시했다.
'서방 대 북중러' 경쟁 구도로도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편으로 나뉘는 '신냉전'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일련의 상황은 곧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는 한국 외교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중에서도 미중 두 국가만의 경우의 수가 아닌 원칙을 기반으로 한 우리만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서방 대 중러, 또는 서방 대 북중러 등의) 구도가 고착화 되기 전에 우리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며 "고착화되는 순간, 우리의 활동 반경과 범위가 줄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전 세계 구도가 재조정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우리만의 원칙에 입각해 선도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고착화되고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중국한테는 '보복'을 미국한테는 '어쩔 수 없이 들어왔구나'라는 '혹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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