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파이프 등 위험한 물건을 바닥에 끌며 피해자들에게 겁을 주는 행동을 했다면, 실제로 피해자가 겁을 먹었는지와 상관없이 특수협박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특수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이미 음주운전 2회 전력이 있던 박씨는 2019년 4월 무면허상태로 혈중알코올농도 0.176%의 술에 취한 상태로 경남 거창군의 한 도로를 600m 가량 운전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를 받는다. 아울러 A씨가 운전하는 차량이 자신의 차를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길이 90㎝의 알루미늄 파이프를 바닥에 끌면서 A씨 일행에게 다가가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한 혐의(특수협박)로 기소됐다.


1심은 박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박씨가 파이프를 들어올리거나 휘두르지 않았고, A씨도 '파이프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고 당황스럽고 놀라운 정도였다'고 진술한 점을 보면 박씨의 행위는 단순한 감정적인 욕설 또는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고, 협박행위 내지 협박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수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박씨가 알루미늄 파이프를 가지고 나와 피해자들을 향해 다가가는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파이프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해를 가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 점, 박씨의 행위를 보고 A씨는 차량을 후진했고, A씨의 일행도 뒷걸음질을 한 점을 종합하면, 박씨의 행위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파이프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고 당황스럽고 놀라운 정도였고, 차량이 파손될까봐 뒤로 뺀 것이다'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박씨가 알루미늄 파이프를 들고 나와 해악을 고지했고 피해자들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피해자들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또 "박씨는 실제로 피해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해악을 고지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은 있었다고 보이므로, 협박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는 특수협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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