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10시쯤 서울 청계천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 뉴스1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서울 종로구에서 회사를 다니는 A씨(30)는 지난 1일 회사 동료들과 오후 11시가 훌쩍 넘을 때까지 술을 마셨다. 오후 10시 술집이 문을 닫자 편의점에서 맥주를 산 뒤 청계천으로 내려가 술자리를 이어갔다.
A씨는 "오후 10시에 바로 헤어지려니 아쉬워서 더 이야기를 나눴다"면서도 "밖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오후 10시 이후 야외에서 술자리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긴장감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서울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67명 늘었다. 신규 확진자 수는 3일 연속 150명을 넘겼다. 전국 확진자 수도 558명으로 사흘째 500명대를 기록했다.

최근 서울에서는 오후 10시 이후 청계천뿐 아니라 한강공원, 거리 벤치, 놀이터 등 앉을 수 있는 곳마다 술자리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붐비는 밤거리에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시민들은 의욕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B씨(28)는 지난해부터 충북에 있는 할머니집에 한 번도 내려가지 못했다.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고 하면 동네 사람들이 꺼리는 탓에 할머니가 아예 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방에서는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켜봤자 뭐 하느냐"며 "요즘 서울은 코로나19가 아예 끝난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서울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외 술자리까지 하나하나 단속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탓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지난 2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오후 10시 이후 야외 술자리 관련 금지 조치는 시행하지 않는다"며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오후 10시 이후 거리가 경각심이 떨어진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내일 당장 확진자 숫자가 폭증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술자리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술을 먹고 나서 방역수칙을 잘 지키기란 쉽지 않다"며 "음식이나 차 마시는 것처럼 짧게 끝내고 마스크를 쓰고 있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활동 증가와 변이 바이러스 전파다. 그는 "해외에서 확진자가 감소하다가 늘어나는 형태를 보여줬다"며 "우리도 언제든 환자가 아주 많아질 수 있다는 걸 꼭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야외 술자리는 실내처럼 공기 중 감염은 안 되겠지만 비말 감염으로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오랫동안 (방역)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지금 긴장감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결국은 개개인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고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전에 확진자가 늘지 않았던 것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줬던 영향이 컸다"며 "자발적으로 위험도를 낮춰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 교수 역시 "개개인이 자제해야 한다"며 "정부도 유흥업소와 체육시설 등 방역지침을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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