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 정권 말 부동산정책, 후퇴인가? 합리적 수정인가?-② : 부채 부담·집값 불안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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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사다리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본격화했다. /그래픽=김영찬 디자인 기자
# A씨는 3년 전 주택담보·신용·보험계약대출을 끌어모아 서울시내 신축 아파트를 구입했다. 부부가 둘 다 대기업에 다니는 고소득자이지만 매달 내는 대출 원리금이 500만원을 넘다 보니 가계적자에 허덕이는 삶이 지속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억원이 됐고 카드값을 제때 못 내는 달도 있다. 아파트값이 3년 만에 10억원에서 16억원으로 올라 지인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에 잠 못 드는 날도 많다. 당정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사다리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본격화했다. 현행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는 무주택자는 LTV가 40%다. 1주택 이상 유주택자는 그마저도 0%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기자금이 6억원 이상 필요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청년층이나 부모 지원이 부족한 저소득층에는 내집마련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논란이 계속됐다. 결국 정권 말 대대적인 정책 수정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되는 집값 폭등으로 영끌 대출과 ‘패닉 바잉’이 확산되고 이는 다시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돼 무리한 규제 완화라는 우려 역시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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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규제 완화 시 월 원리금 증가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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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 7월 시작되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에서 신혼희망타운에 당첨되면 앞으로 발생하는 시세 차익의 10~50%를 정부와 공유하되 LTV는 70%까지 허용하도록 했다. 다만 최대한도는 4억원으로 제한했다.
신혼희망타운은 ▲결혼기간이 7년 이내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무주택가구 구성원 ▲1년 이내 혼인 사실을 증명한 예비 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 무주택가구 구성원 등이 신청할 수 있다. 신혼희망타운 당첨자는 전용 모기지를 이용해 연 1.3% 고정금리로 최장 30년 동안 빌릴 수 있다. 만약 4억원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하면 10년 만기 기준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은 약 377만원이다.
이와는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LTV 규제 완화를 추진해 빠르면 5월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당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 내부에선 무주택자 LTV를 현행 대비 최대 20%포인트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60% ▲조정대상지역 70%가 된다.
주택가격을 10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LTV 40%(대출금액 4억원)를 10년 만기·KB국민은행 평균 금리 2.8%로 빌리면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은 426만원이다. 같은 대출 조건으로 LTV 70%를 적용하면 한 달 원리금은 746만원으로 320만원이 증가한다. 연간 8952만원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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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뇌관 우려… 대안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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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 완화 논쟁은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LTV 규제가 강화돼 신용대출이나 P2P대출 등 금리가 더 높은 ‘영끌’ 대출까지 가세해 패닉 바잉을 확산시켰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릴 경우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현재 저금리가 지속되는 시장에선 다시 집값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장기 무주택자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과도한 대출 완화가 과거 하우스푸어 사태와 같은 가계부채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낮춘 신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공공분양을 늘리는 등 대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도 분양가는 시세의 70~80% 수준이고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기준 완화로 시세의 90%까지 높아졌다. 분양가를 낮출 경우 LTV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선 각 당 후보들이 ‘반값 분양 아파트’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방식이 청년층의 집값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를테면 서울시가 지난해 내놓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모델은 분양자가 분양가의 20~40%만 내고 20년이나 30년 동안 잔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는 방식이다.
민간이 50% 공공이 50% 지분을 나눠 갖고 10년 전매 제한 후 매각 시 이익을 절반 공유해야 한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개인이 갖는 시세차익이 기존 방식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전매 제한이 끝난 후 매각할 수 있다고 해도 계속 거주하는 유인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