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난'을 겪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를 비롯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오너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 체제로 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6월15일 신규 사내이사 선임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앞서 박 회장은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의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는 지난 4일 이를 받아들였다. 박 대표는 회사 경영 기반이 견고해졌다고 보고 전문 경영인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카 박철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박 상무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거버넌스 개편과 사외이사에 기반한 이사회 중심 경영 등을 제시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한 사외이사진을 선임하기도 했다. 이번에 사내이사까지 전문경영인을 선임해 지속가능한 경영 정책을 수립한다는 전략이다.
일부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미쓰이화학 등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박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겸직하고 있는 계열사들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며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박 회장의 향후 역할이나 거취 등은 6월 임시주총에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우성 사내이사도 박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 사임 의사를 밝혔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금호피앤비화학 경영에 집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의 빈 자리는 연구·개발(R&D) 부문 전문가인 고영훈 중앙연구소장(부사장), 재무·회계 전문가인 고영도 관리본부장(전무)가 채울 예정이다.
고영훈 부사장은 1991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해 30년 동안 합성고무 연구에 매진해 온 국내 합성고무 연구의 권위자이다. 향후 제품의 기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현하는 데 연구개발활동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고영훈 부사장이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영도 전무는 1990년 금호그룹 재무관리팀으로 입사해 재무∙회계∙구매∙자금 분야의 전문가로 부서를 이끌어 왔다. 금호석유화학의 부채비율은 과거 자율협약에 돌입하던 2009년 660%에서 지난해 59.7%까지 낮아졌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사상 최대를 기록한 만큼 회사는 향후 고 후보가 보일 재무적 역량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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