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낸 카드사들이 반쪽 웃음을 짓고 있다. 소비 회복세로 호실적을 기록해 웃는 것도 잠시, 실적 개선이 카드 수수료율 인하 명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에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예정돼있어 수익성 악화 가능성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여신금융협회는 향후 3년간 적용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을 위한 적격비용 논의에 착수했다. 올해 4월23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원가분석을 수행할 컨설팅 업체로 삼정KPMG를 선정했으며, 금융당국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재산정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5월 둘째 주부터 논의가 본격화된다.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이뤄지고 있다.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마케팅 비용 등 원가분석을 토대로 적격비용을 산정한 후 검토해 정해진다. 변경된 카드 수수료율은 이듬해 적용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5~8월에 원가분석을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당국·관계 부처·여신금융협회·소비자단체·전문가 등이 모여 수수료 적격비용과 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한다”며 “이어 11월이면 개편안이 발표된다”고 말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07년 당시 4.5%에 달하던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은 1.97~2.04%로 떨어졌고, 현재 전체 가맹점의 96%에 해당하는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매출 규모에 따라 0.8∼1.6%의 ‘우대 가맹점’ 수수료가 적용된다. 올해 역시 수수료율 인하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7월7일부터 법정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져 카드사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올 9월 말까지로 예정된 것도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는 게 목적이다. 이에 카드·캐피털업계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처를 시행하기 전 차주에게 소급 적용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카드·캐피털사에서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은 중·저신용자들은 이자 부담이 줄게 됐지만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카드의 카드론을 이용하는 전체 회원 중 16.44%가 20~22%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았으며 6.94%는 22~24% 이하 금리를 적용받았다. 총 23.38%에 달하는 고객이 연 20% 이상 금리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현대카드는 20~22% 미만이 4.24%, 22~24% 이하가 11.09% 비중을 차지했다. 비씨카드의 경우엔 33.30%의 회원이 22~24% 이하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현금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고금리 이용자는 급격하게 늘어난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 중 현대카드는 20% 이상 고금리 비중이 56.52%에 달한다. 연 20~22% 미만 비중이 9.61%, 22~24% 이하 비중은 46.91%다. KB국민카드는 52.92%, 삼성카드는 50.35%, 하나카드의 경우엔 60.46%까지 20% 이상 고금리 비중이 치솟는다. 최고금리 인하 영향으로 고금리 이용 회원 비중이 높은 카드사가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카드에 대해 “최고 금리 상한선을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면서 연간 100억~200억원 수준의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가올 ‘연체 폭탄’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3월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출금의 원금 상환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기존 방안 그대로 6개월 더 연장해 오는 9월30일까지로 지정했다. 이에 카드사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줄면서 1분기 순이익이 증가했고 연체율도 덩달아 떨어졌다.
이 같은 ‘착시효과’가 사라지면 연체 폭탄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역시 수수료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최고금리 인하와 관련해 20% 이상 카드론 등 고금리 상품 영업이 어려워져 결국 카드사 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