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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피해자, 수용자 자녀━
세움은 부모가 구치소나 교도소에 갇히게 된 아이들을 돕는 곳이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수용자 자녀를 도왔던 것은 아니다. 그는 달동네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시작으로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서 23년 동안 빈곤 아동과 함께해왔다. 그때 한 아이를 만나면서 수용자 자녀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였는데 부모가 이혼해 아버지와 지내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내서 교도소에 가게 되면서 딸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몰라 이웃집에 맡겼는데 그곳에서 성적 학대를 당한 겁니다. 이 사건을 보고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수감으로 2·3차 피해를 입는데도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 대표는 보편적 복지에서 소외되고 제도 밖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집중적으로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015년 1월 세움을 설립했다. 세움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낯선 수용자 자녀를 세상의 중심에 세우고 함께 걸어가겠단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헌법 제13조3항에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오래된 편견과 문화에는 범죄자와 범죄자의 자녀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법률이나 제도가 없는 상태다. 2015년 세움이 설립되기 전까진 수용자 자녀를 돕는 단체조차 없었다.
“전통적인 교정지원단체는 7~8개 정도 있으나 수용자 자녀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단체는 세움이 처음이에요. 아이들은 죄가 없어요. 헌법에 연좌제 금지 원칙이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가족주의가 강해 가족 한 사람의 잘못을 가족 모두의 잘못으로 보죠. 아동 인권 측면에서 봤을 때 모든 아동은 부모의 잘못과 상관없이 건강하게 보호받고 성장할 권리가 있어요.”
세움에서 하는 사업은 크게 3가지로 ▲수용자 자녀와 가족 직접 지원 ▲수용자 자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인권 옹호 활동 ▲수용자 자녀와 가족에 대한 전문적 연구·조사 등이 있다. 그중에서 직접 지원사업으로 미취학아동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매달 120명에게 5만~30만원씩 전달하고 있다.
심리상담과 동아리·캠프 활동도 지원한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체포 장면을 목격하면 충격이 크다. 부모의 수감 사실을 주변에 숨기면서 살아야 해 마음에 상처가 많다”면서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지만 나도 혹시 우리 부모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상처도 있어 전문적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동복지 관점에서 부모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접견 지원도 열심히 하고 있다. 특히 부모를 만날 때 따뜻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지난해까지 전국 교도소 54곳 중 48곳에 아동 친화적인 가족접견실 ‘가족세움’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언제든지 부모를 볼 수 있는데 이곳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요. 교도소는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비와 식비 등을 지원해야 하고, 같이 갈 어른이 없을 땐 저희가 함께 가기도 합니다.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접견 횟수가 줄어 더 속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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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자녀가 당당하게 사는 세상━
세움은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용역연구 보고서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전국 53개 교정기관 수용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수용자 중 25%가 미성년 자녀가 있다고 응답했다. 연간 수용자 자녀 수는 5만4000여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최초의 수용자 자녀 통계였다. 그 이후로는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자녀 유무를 확인하고 관련 자료 수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피해자 자녀도 못 돕는데 왜 가해자 자녀를 돕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가해자 자녀를 돕는다기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살아야 하는 아동을 지원하는 단체예요. 아동을 피해자 자녀와 가해자 자녀로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움은 정부 지원 없이 100% 후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후원자 모집이 쉽지 않다. 그래서 세움의 후원자는 단순히 경제적으로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세움이 펼치는 다양한 활동 자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다. 배우 이정은·류수영, 희극인 송은이,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영표 등이 이 대표의 든든한 지지자다.
이 대표는 수용자 자녀가 적어도 세움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길 바란다.
“예전에 도움을 받았던 아이들이 대학생이나 성인이 돼서 최근에 다시 찾아왔어요. 자기의 경험을 어린 동생과 나누고 위로하고 싶다고요. 힘들고 아프고 어려울 때 세움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모든 선생님들이 감동받았어요. 세움이 그렇게 친한 친구, 비밀 친구가 됐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이죠.”
이 대표는 수용자 자녀를 돕는 것이 사회를 안전하게 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세움이 지원했던 아이들의 부모를 조사한 결과 재수감률이 현저히 낮았다.
“수용자 자녀도 당신의 아이와 다르지 않아요. 당신의 아이와 함께 자라나야 하는 아이입니다. 따뜻한 눈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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