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동경과 동거를 시작한 멸망은 제 집과 그의 집을 연결하는 것으로 동경을 경악케 했다. 이에 동경은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좋네. 집도 커진 것 같고. 그럴 거면 같이 살자고 말을 말지”라고 일갈했고, 멸망은 “그 말은 네가 했는데?”라며 웃었다.
'세상이 꼭 멸망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동경의 물음엔 “딱히”라고 가볍게 답했다. 이에 동경은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해? 너 같은 존재들은 인간을 가엾게 여기던데. 특히 나 같은 인간. 내가 본 판타지 물에선 그랬어”라고 자조했다.
운명은 어차피 다 시한부며 하찮고 똑같다는 멸망의 말엔 “가여운 건 마음이야”라고 받아쳤다. 이에 멸망은 “난 인간이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라 둘러댔으나 동경은 “거짓말. 나랑 같은 시간에 같은 거 생각했다고 지가 그래놓고”라며 핵심을 찔렀다.
동경은 다이어리를 펼치고 멸망과의 계약내용을 정리했다. 이 계약의 중점은 멸망 전 동경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 “요즘 좀 후회가 돼. 그 말만 안했어도 일이 좀 수월했을 텐데”란 멸망의 웃음에 동경은 눈을 흘겼다.
동경은 또 계약을 어길 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조항에 불만을 전했고, 멸망은 “너는 애가 왜 그렇게 부정적이냐? 넌 살잖아. 그리고 멸망 불렀을 땐 동생 생각 하지도 않아놓고”라고 말했다.
진심이 아니었단 동경의 해명에도 멸망은 “진심이었어. 진심 아니면 들릴 리 없거든”이라고 거듭 덧붙였다.
이날 소녀신(정지소 분)이 동경에게 접근한 가운데 멸망은 동경을 보호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멸망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동경은 “나 너 본 적 있더라? 장례식장에서 너 울고 있었잖아. 자기는 마음이 없네, 누구 하나 가엾지 않네 하더니 순 거짓말”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멸망은 “뭐래? 나 아니거든?”이라며 손사래를 쳤고, 소녀신은 “아, 어른도 우는구나”라며 웃었다.
멸망은 동경과 단둘이 된 뒤에야 “그날 왜 그렇게 운거야? 누굴 잃었기에?”란 물음에 “어머니랑 대충 비슷한 거”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과거 멸망을 울린 인물은 바로 소녀신이었다.
소녀신은 분노하는 멸망에 “내가 뭐? 친해진 건 너잖아. 연민을 갖는다는 게 어떤 건지 깨달았니? 자주 웃음이 나고 때론 가여워지지? 갈수록 더할 거야. 그 애를 그냥 둘 수 있겠어? 그 애 운명은 네가 바꿀 수 있지 않아?”라고 차분하게 물었다.
이에 멸망은 “내가 누굴 걱정해? 내가 누굴 가여워해?”라고 반박했으나 소녀신은 “나도 네가 계약을 깨서 그 애 대신 떠나게 될 누군가가 가여워”라고 일갈했다.
결국 태도를 바꾼 멸망은 동경에 “난 널 웃게 만들 생각 없어. 곧 12시가 돼. 난 네 손을 잡지 않아. 내가 쓸데없이 너무 친절했지?”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그 말대로 12시가 되기 무섭게 동경은 통증에 몸부림쳤고, 손을 달라는 그의 청에 멸망은 “소원이야?”라고 싸늘하게 물었다. 나아가 “넌 나 때문에 울게 될 거야. 그래서 세상을 멸망시키고 싶어질 거야”라고 강하게 덧붙였다.
이에 “그게 네 계획이야? 그럼 내 계획은 이거야”라며 코웃음을 친 동경은 그대로 투신을 시도했다. 멸망은 그런 동경을 구해냈고, 동경은 “널 사랑해볼까 해. 그럼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고 살 수 있을 테니까”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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