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생계와 직결되고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된다. 하지만 최근 청년들은 인생의 가장 큰 문제인 일자리 앞에서 좌절을 겪고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0%, 구직활동 중이거나 단기근로를 하며 재취업을 원하는 청년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25.1%다. 청년 4명 중 1명은 취업 문턱을 넘지도 못했다는 뜻이다.
청년들은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취업난+경제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려면 돈이 필요하지만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과거 외환위기 때 'IMF(국제통화기금)세대'로 불렸던 청년들처럼 지금의 청년들도 스스로를 ‘코로나19 세대’라 자조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 정부가 일자리 정부임을 내세우며 취임 1호 업무로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수석까지 임명해 고용 창출에 힘썼지만 청년 실업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집무실엔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됐지만 현재는 행방이 묘연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청년 실업률이 3개월 연속 10%를 넘으며 고용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써 취업한 청년과 임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 사이의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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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슈 인턴’이 메우는 공공일자리━
청년인턴 제도를 취지에 맞게 활용하면 취업률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임시직인 데다 단순 사무업무에 그쳐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공부문 청년인턴 제도는 청년들이 취업에 앞서 공공기관에서 실제 행정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청년인턴 제도는 체험형 인턴과 채용형 인턴으로 나뉜다. 채용형 인턴은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지만 체험형 인턴은 2~6개월 동안 일하고 계약이 만료된다. 이에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은 취업 커뮤니티 등에서 한번 쓰고 버려지는 ‘티슈 인턴’으로 불린다.
공공기관 채용정보시스템 잡알리오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은 2020년 채용형 인턴 3911명을 뽑았고 체험형 인턴 1만3797명을 선발했다. 체험형 인턴이 채용형 인턴 대비 3.5배가량 많다.
이런 단기 일자리조차 적게는 수십대 일, 많게는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이를 뚫고 들어갔음에도 미래 취업에 도움이 되는 업무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게 현장을 경험한 청년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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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해도 돼?”… 청년인턴의 답답한 속마음━
전력관련 공기업에서 6개월 동안 인턴업무를 경험한 20대 취업준비생 A씨(여)는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취업 전에 지원한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쌓아서 좋았다. 자소서에 이 경험을 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직무나 기업을 목표로 하는 또래 동료 인턴들과 취업 준비를 함께하며 서로 의지한다”며 “다만 인턴생활은 만족했지만 업무에 편차가 있어서 아예 일이 없는 날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A씨처럼 공공기관 인턴을 통해 사회생활이나 소통예절을 배울 수 있었지만 업무적으로는 의미 있는 일을 하지 못했다는 청년 인턴들의 후기가 적지 않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진행한 공공데이터 업무 인턴으로 4개월 동안 일했던 20대 취준생 B씨(여)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공공데이터 댐을 구축한다는 업무 지시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관련 업무를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B씨는 “실측, 품질, 개방 업무를 진행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온라인 실측만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주 동안 심화 데이터 교육을 받아 업무 전문성을 기를 수 있겠다고 기대한 B씨는 "투입된 업무가 흡연구역, 어린이 구역 등을 포털 로드뷰로 캡처해 해당 위치에 확인하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단한 업무를 바란 건 아니지만 아르바이트 수준에 해당하는 업무만 하면서 정부에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 산하 공단에서 청년인턴으로 두번 근무한 적이 있는 20대 취준생 C씨(여)는 “두번의 인턴기간 동안 바쁜 시기여서 관련 업무를 했는데 이외에는 공부나 하라며 자유시간이 주어졌다”며 “일반 기업에서 같은 시기 인턴을 했던 친구들보다는 확실히 배운 게 적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에서 한번 이상 근무했던 청년인턴들은 직무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한다. B씨는 “고향에 위치한 공공기관에서 관련 일을 했던 친구는 실측 업무마저 집 앞에서 편하게 사진 찍으며 했다”며 “공백기를 없애고 돈을 번다는 것은 좋지만 일이 너무 쉬워 양심에 찔릴 정도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 사업은 ‘일경험 수련생’이름으로 변경돼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민간기업은 공공기관과 다르다. 한 민간 중견기업에서 5개월 동안 인턴을 하고 다른 기업에 취업한 김소희씨(26·여)는 “인턴을 하는 동안 힘들었지만 인턴끼리 프로젝트도 진행하며 성과물을 낼 수 있었다”며 “인턴을 했던 기업에 취업하지 못했지만 그때 배우고 일했던 업무 경험이 지금까지 도움이 된다”고 뿌듯해 했다. 그는 “회사에서도 잠깐 있다 떠날 사람이 아니라 같은 업계에서 일할 사람으로 대해줘 직무 분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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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청년 인턴제도가 좋은 일자리 기반이 되려면━
공공데이터 청년인턴 업무를 담당했던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청 관계자는 “처음 진행하는 사업이라 체계가 없어 어설픈 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일정 인원의 청년인턴을 요청하기는 했지만 행안부에서 이미 20명을 할당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부서별로 필요한 인턴을 배치할 수 없어 한곳으로 인턴을 모아 사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당시 기존 업무와 청년인턴 관리 업무를 동시에 진행하느라 인턴들을 따로 챙기기가 쉽지 않았다”며 “청년인턴과 구청 중간에 행안부 위탁업체가 껴있어서 소통 프로세스도 원활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선도하며 청년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막상 청년 인턴들에게 어떤 업무를 얼마만큼 줄지 생각하지 않은 채 제도만 먼저 시행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청년들은 빈번하게 재택근무를 했는데 근무태도 시스템에 출퇴근 등록만 하면 그 사이 자유롭게 자기 생활을 했다는 후문이 빈번할 만큼 관리도 미흡했다.
정부는 올해도 공공데이터 청년 인턴제도(일경험 수련생)로 데이터 댐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공공기관 청년인턴 제도의 문제점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 기업들은 인턴 제도를 운영하며 인턴이 회사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채용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그는 “반면 공공기관들은 인턴에게 업무를 가르쳐봐야 시험을 거친 공채 직원이 왔을 때 일을 다시 알려줘야 한다”며 “이로 인해 인턴에게 업무를 가르칠 명분이 더욱 없다. 결국 공공기관 청년인턴은 고용지표 관리를 위한 통계 놀음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궁극적으로 청년인턴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기관이 자율적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정부 정책에 따른 공공기관 일자리 변동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
김 교수는 “현재의 공공기관 채용 과정은 시험 위주의 대학 입시와 다를 바 없다”며 “공공기관도 인재를 뽑기 위해 채용과정부터 인공지능(AI) 면접 도입 등 투자를 확대해 다양한 채용 프로세스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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