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1년 제1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렸다. /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주말 리뷰] 올해도 어김없이 다음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최저임금 협상은 매년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해 왔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대립이 예상된다. 현 정권의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인 만큼 노동계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서다. 반면 경영계는 임금 지불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최저임금은 과연 얼마로 결정될까.
진퇴양난에 빠진 최저임금… 위원회 선택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짓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논의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각자에게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올해 진행될 논의는 문재인 정부에서의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이란 점에서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목표로 전력투구에 나설 방침인 반면 경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위기를 근거로 ‘최소 동결’을 마지노선 삼아 배수진을 칠 전망이다.

◆현 정권 마지막 최저임금 협상

올해 진행되는 2022년도 최저임금 논의는 현 정부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최저임금 협의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로 결정 나느냐에 따라 현 정권의 최저임금 평균인상률이 결정된다.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던 기간은 노태우 정부(1988~1993년)로 당시 5년 동안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16.3%였다.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건 노무현 정부(2003~2008년) 10.6%였으며 그 뒤로는 김대중 정부(1998~2003년) 9%, 김영삼 정부(1993~1998년) 8.1% 등이다. 반면 가장 낮은 인상률을 기록한 정권은 이명박 정부(2008~2013년)의 5.2%였으며 박근혜 정부(2013~2017년)의 평균 인상률은 7.4%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2021년 4개년도 평균인상률은 7.9% 수준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권 출범 초반 2년 동안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2018년 16.4%(7530원) 2019년 10.9%(8350원) 등으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에 문제가 생기자 정부는 곧바로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2020년 인상률은 2.9%(8590원)로 대폭 주저앉았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한다는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두 차례에 걸쳐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까지 겹치면서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5%(8720원)로 떨어졌다. 이는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했던 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2.7%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 추이를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노동계는 ‘촛불’로 탄생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의 평균 인상률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을 비판하며 대대적인 인상 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보다 높으려면 내년엔 최소 5.5%(시급 9200원) 이상의 인상률이 결정돼야 한다. 노동계는 한 발 더 나아가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주장할 공산이 크다.

◆노사 갈등, 치킨게임 치달을까

최임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석하는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결정인 만큼 국민에게 한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이행하라는 요구다.
서을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되기 위해선 적어도 올해(8720원)보다 14.7% 이상 임금이 올라야 한다. 지난해에도 노동계는 16.4% 인상을 주장한 바 있어 올해도 15~16%대의 인상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영계는 정권 초기 급격한 임금인상으로 기업의 임금 지불 능력이 한계에 달해 고용 문제 등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며 인상률 안정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전체 취업자는 평균 38만6000명 감소한 반면 초단시간 일자리는 평균 3만명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며 그 원인을 최저임금 인상에서 찾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과 높아진 최저임금 수준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전체 취업자는 줄고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일자리는 오히려 증가하면서 전반적 고용이 질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을 삭감하거나 최소 동결하자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를 견디기 위해선 적어도 임금을 올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2022년 최저임금을 최종 동결해야 한다”며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을 통해 우리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사상 처음으로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하고 강력 대응에 나섰다. 최저임금을 인상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의 95% 이상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며 “아직도 각종 지원금과 대출 연장으로 근근이 버티는 소상공인이 많아 최저임금을 올릴 경우 고용이 급감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최저임금 결정구조 및 결정기준 개편 정부안.
최저임금 체계 개편 3년째 공회전… 논의 재개도 불투명

내년도 최저임금은 얼마여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논의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시작됐다. 인상 폭을 놓고 협상 테이블은 매년 깎으려는 사측과 높이려는 노측의 갈등이 반복되면서 극심한 진통을 앓아 왔다. 정부가 추진했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이 3년째 표류하는 동안 노사 간 지루한 힘겨루기식 논의가 이어지며 올해 심의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차등적용' 문제와 주휴수당 폐지 등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3년째 공회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

노동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4월 올해 첫 전원 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은 관련 법에 따라 오는 8월5일까지 고시해야 하며 이의 제기 절차를 고려하면 7월 중순까진 의결을 마쳐야 한다. 
40여개 시민·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3월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정부의 내년 최저임금 결정심의를 앞두고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노사 간 갈등으로 예정 시한 준수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10년 동안 법정 시한을 지킨 것은 2015년이 유일하다. 전문가들은 현행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현재 최저임금은 노사가 각각 최저임금 요구안을 들고 와서 그 격차를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노사의 극한대립 속에 양보 없이 논쟁만 반복돼 결국 정부 추천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안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거나 표결에 들어갔을 때 캐스팅보트(결정표)를 행사하기 일쑤다.

이처럼 최저임금이 정부 추천 인사에 따라 좌지우지 되다 보니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 카드를 꺼냈다.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고 근로자 측, 사용자 측,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정해진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간설정위가 객관적으로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먼저 정하면 소모적 논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개편안은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며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각각 2.87%, 1.5%로 낮게 책정되면서 개편안 언급은 쏙 들어갔다. 오영민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정부안 상정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며 "여야와 노사 간 이견이 첨예해 정부안 상정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정부가 끼어 있는 교섭 구조다 보니 독립성, 객관성이 미흡하다"며 "정부는 위원회에만 결정을 맡기고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非)정치적인 관점에서 최저임금 예측가능성과 현장 수용성을 높이려면 개편은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0~100을 두고 논의하는 것보다 노사 참여를 전제로 일정 구간 내에서 협상이 진행된다면 지금과 다른 분위기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홍석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은 "결정체계를 이원화한다 해도 최저임금의 합리적 판단은 물론 협상 시간 단축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개편안을 추진하기 어렵다면 최저임금위원회 손질이라도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로부터 공익위원들을 추천받아 최저임금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쪽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1988년 최저임금을 시작할 땐 노사의 최저임금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장기적으론 정부가 연구위원회나 조사위원회를 통해 정보 제공 및 자문을 하는 역할만 맡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노사가 의사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버티기 힘들다" 인건비 부담 호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업종별·규모별 차등 지급, 주휴수당 폐지 등 쟁점도 수두룩하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은 당초 법으로 보장된 내용이었지만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였던 1988년 최저임금을 2개 업종으로 구분해 적용한 뒤로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따로 적용된 일은 없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코로나19로 열악해진 경영환경 속에서 업종별·규모별 차등 지급이 되지 않으면 인건비 부담 등 경영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 근로자 364만8000명 중 36.3%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기 교수는 "과거 노동시장은 지금처럼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크지 않았고 제조업의 고용 비중이 컸다"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은 현재의 경제 특성에 맞는 최저임금제도가 필요하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취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주휴수당 폐지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주 5일 연속으로 일했을 때 근로자에게 하루 치 수당을 더 주는 제도다. 현 최저임금에 20%를 더하는 효과가 있다. 경영계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실질 최저임금은 1만원이 넘는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주휴수당은 1953년 도입했는데 최근 최저임금이 오르는 상황에서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활동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5~10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주휴수당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강력히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이에 대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이지 고용주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국가의 고용정책이나 분배정책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권가림 기자 hidde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