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OOO씨는 SNS에 올린 자필 사과문에서...'
SNS로 사과하고 해명하는 시대다. 피해자가 있는데도 직접 찾아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사과하는 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사과'를 치면 과일 보다 유명인들의 사과문이 더 많이 나올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올바른 사과법은 무엇일까.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SNS 사과문'이라고 검색하면 유명 인사나 공인들이 잘못을 고하는 뉴스가 수두룩하게 나온다.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주목하는 연예인과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의 사과는 다반사다. 비하·혐오·차별 등 부적절한 언사에 학교 폭력(학폭) 등 사과의 이유도 다양하다.
하지만 개인 유튜브 채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공인들의 사과 및 해명의 장으로 널리 활용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정작 사과를 받을 사람을 놔두고 대중에게 이를 해명하기 급급하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사과의 창구로 SNS는 부적절하며, 피해 당사자에게 우선 제대로 사과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내용이 부실할 경우 결국 '면피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공인이나 유명 인사의 불미스러운 소식이 드러나면 이내 개인 SNS에 자필 사과문이 올라온다. 학폭이나 교통사고 처럼 피해 당사자가 있는 사안이라면 그들을 만나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면 될 일인데, 너도나도 SNS를 먼저 찾는다.

이들의 사과문은 속보성 기사로 생산돼 인터넷 포털에 도배되는데, 어떤 사과문은 역풍을 맞기도 한다. 진정으로 피해자를 향한 사과문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어서다. 사과문이라기도 보단 본인의 입장을 해명하는 글에 가까운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사과문은 진정성 측면에서 의심을 산다. 피해자에게 아직 사과를 하지 못했을 경우 '직접 만나 사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굳이 알리는 게 대표적인 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사과를 했는지 여부라며 가해자의 노력 여하는 사과문에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는 내용 역시 자신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충분한 사과를 했으니 본인을 향한 도 넘는 비난을 멈춰달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로 읽힐 우려도 있다.

올해 초 학폭 사실을 인정한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SNS 자필 사과문도 많은 논란을 낳았다. 실제 이들의 사과문은 피해자가 아니라 마치 자신들을 응원하던 팬들에게 쓴 것에 가깝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특정 표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당시 SNS에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이재영), "학창 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이다영)고 썼다.

하지만 '철없었던' '어린 마음으로' 같은 표현은 변명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만나준다면 직접 찾아가 용서를 구하겠다'는 등의 조건부 표현도 올바른 사과법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태형 소장은 "무엇보다 내용이 중요한데 철이 없었다거나, 어린 마음에서 했다는 것은 자기방어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SNS 사과문은 또한 가해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가해자가 대중들의 '무관심'을 '용서'로 오판하게 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정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지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비난 여론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가해자가 이를 '충분한 사과'에 따른 결과로 착각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상 비난 여론이 사라진 것과 피해자의 용서 여부는 별개다.

신성만 한동대 심리학과 교수는 "흔히 온라인에서 논란이 잠잠해지면 일상생활에서도 문제가 해결됐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며 "진정한 사과는 얼굴을 마주하고 현실 공간에서 할 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공인이기에 피해 당사자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진정한 사과를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며, 대중에게 전하는 사과문과는 구분되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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