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임기 1년을 앞둔 청와대 참모들이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이라는 말과는 무색하게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소통에 무게를 두고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성과는 물론, 카메라 앞이 아닌 뒤에서 소통 창구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국정 성과를 내는 것만큼이나 이행 과정과 결과를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하는 '홍보'의 중요성을 여라 차례 강조해왔다. 정부가 아무리 정책 성과를 내더라도 설명이 부족하면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과거에는 '정보 보안'에 치중했던 분야의 참모들도 '소통 행보'에도 적극적이다. 한마디로 '일하는 참모들'이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체제 후 달라진 안보실
29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가 안보 사안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배일에 꽁꽁 감춰져 있던 국가안보실이 서훈 국가안보실장 취임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표적인 '대북통'으로 꼽히는 서 실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거쳐 국가안보실장으로 지난해 7월3일 청와대에 입성했다.
서 실장은 안보 현안에 대해 충실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대가 크다는 것이 청와대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대표적으로 매주 목요일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다. 기존에는 두세 줄의 짧은 회의 결과가 공개됐지만 서 실장 취임 후 회의 결과에 대한 설명이 풍부해졌다.
민감한 사안은 여전히 보안에 신경쓰지만, 국가 안보에 대한 대통령 자문기구인 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다양해진 안보 현안에 대한 큰 방향을 국민에 충실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서 실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특히 서 실장은 지난해 9월 실종된 우리나라 공무원에 대한 북한군 피격 사건 당시 북측의 통지문을 직접 발표하고, 남북 정상이 교류했던 친서를 낭독하면서 국민들에게 양국의 입장을 차분하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보실 '대변인'役 김형진…한미회담 1주 전 美서 공동성명 직접 조율
이러한 서훈 안보실 체제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김형진 안보실 제2차장이다.
지난해 1월 청와대에 입성한 김 차장은 1984년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주중국대사관 1등서기관, 북미국장, 청와대 외교비서관, 차관보를 역임해 미국과 중국과의 외교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차분하고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김 차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한미 현안과 북핵 문제에 대한 실무 최전선에서 뛰게 됐다.
김 차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의 회담"으로 꼽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도출에 막후 역할을 했다.
초기 주미대사관을 통해 공동성명 협의를 진행해오다 광범위한 내용이 담기는 만큼 김 차장을 비롯해 안보실과 외교부가 회담 일주일 전 미국으로 직접 가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밀도있는 협상을 진행했다.
아울러 김 차장은 안보 관련 사안에서 설명이 필요한 경우 직접 취재진과 소통하면서 '국가안보실 대변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무 책임자로 외교 성과도 내면서 국민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철희, 청문회 정국서 빛난 '소통 창구'…1년3개월만 '정당 대표 간담회'까지
'전략통'으로 꼽히는 이철희 정무수석은 20대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해 4월 청와대에 입성했다.
여야 간, 당정청 간 불협화음이 많은 상황에서 임명된 이 수석은 취임 일성으로 "할 말은 하고 아닌 것에 대해서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결과가 나온 지 2주 후 문 대통령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다. 이 자리가 만들어진 데에 이 수석의 역할이 있었다.
이 수석은 야당 의원들과도 자주 연락·만남을 가지며 종횡무진 국회를 누비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막후 역할은 '청문회 정국'에서도 빛을 발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을 정도로 긴장감이 고조됐을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이 수석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이 수석은 이를 문 대통령에게 충분히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이 과거와는 다른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지 사흘 만에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5당 대표 초청 대화를 청와대에서 개최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 당대표들과 회동을 한 것은 지난해 2월26일 국회에서 회동한 이후 1년3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이 큰 외교 이벤트를 치른 후 각 정당 대표들에게 직접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로, 야당 대표들은 '각'을 세웠지만 소통의 자리가 국민들에게 공개된 것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만나보니 소통 자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각종 라디오 방송에서도 현안에 대해 직접 발언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 수석은 임혜숙 장관 임명 배경으로 김정숙 여사를 거론한 것에 대해 "아주 구태정치다", "굉장히 잘못된 행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초대 靑대변인서 소통수석으로 컴백한 박수현…임기 말 '소통' 담당
문 대통령은 전날(27일) 국민소통수석비서관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을 깜짝 임명했다. 3년4개월 만에 청와대에 '승진 재입성'한 박 수석은 임기 말 안정적인 소통 창구 역할을 맡게 됐다.
19대 국회의원 출신으로 정무적 균형감각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여당은 물론 야당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텁고 언론과의 스킨십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수석 역시 임기 말 청와대의 '소통' 강화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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