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서울 서초동 한 로펌의 대표변호사가 후배를 성폭행한 사건과 공군 부사관 대상 성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제왕적 권력을 이용한 '위력형 성범죄'가 불거지고 이후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비슷한 범죄가 되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인이 권력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짚으면서 정치권이 해당 범죄에 단호히 대처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위력형 성범죄는 위계 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좁은 조직, 상하관계에 따라 도제식으로 작동하는 조직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해자 중심 사고방식이 통용되는 조직에서도 일어나기 쉽다"고 말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사건이 일어난 기관과 조직 중 피해자 중심에서 처리한 곳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당시 여권이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부르고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이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못한 점이 그 예다.
신 대표는 "위력형 성범죄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이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피해자들은 자신의 사건이 해결되지 않아 낙담하고 포기한다"고 했다.
위력형 성범죄 자체도 피해자를 괴롭히지만 피해자가 입을 2차 피해도 큰 문제다.
최근 발생한 공군 성추행 사건만 해도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에도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해 정신적 고통 끝에 극단선택을 한 것으로 유족 측은 보고 있다.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B씨의 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피해자가 짊어질 2차 피해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이라고 강조했다.
가해자를 고소한 뒤 2차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극단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4년 전 인천의 한 세무서에서 상사의 추행을 고소한 C씨는 이후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하다 퇴직해 우울감과 불안을 호소하다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2차 피해를 방지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게 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 대표는 "여성폭력방지법에는 2차 피해가 명시돼 있으며 2차 피해를 없애기 위해 정부나 각 기관이 주어진 역할을 하지 않으면 가해자에 준해 처벌받게 돼있다"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간분리, 피해자 신상 유출 금지, 사법 지원 절차, 심리치료, 변호사 비용 지원 등의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 조직이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대응하고 이를 결정할 책임자가 제대로 교육을 받고 지침대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승 위원 역시 "군대에 성범죄 지침이 만들어진 게 2015년"이라며 "그런데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등 지침대로 시행하지 않은 채 사건을 방조하는 사람이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승 위원은 "지침대로 하지 않은 책임자를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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