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한 지방광역시에서 1000가구 규모의 A아파트가 분양 일정을 취소했다. 선분양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분양보증을 신청하고 분양가 심사를 받은 결과 지난해 12월 공급한 1차 단지보다 3.3㎡당 200만원 낮은 1100만원이 책정된 것이다. 두 단지는 부지가 바로 옆에 붙어있는 1·2차 단지다. 하지만 분양 6개월 차이로 84㎡(전용면적) 기준 분양가가 6000만원 낮아졌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A아파트 인근에 같은 5월 선보인 B아파트다. HUG는 B아파트 분양가를 3.3㎡당 1300만원으로 산정했다. A단지와 700m 떨어져 분양가 상한선의 기준이 되는 인근 시세가 달랐다는 이유다.
# 또 다른 분양 사업장. 가격 산정 기준인 비교 사업장의 3.3㎡당 분양가는 분양단지 1740만원, 준공단지 1230만원이다. 인근 시세와 해당 지역의 1년 평균 분양가는 3.3㎡당 각각 1780만원, 1560만원이었다. 분양가가 시세 대비 낮게 나온 이유는 HUG의 ‘시세 반영 한도 설정’ 때문. HUG는 집값 상승률이 높은 지역의 분양가가 높게 산정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선’을 정한다. 여기서 인근 시세는 사업장 반경 500m 내·준공 20년 이내·100가구 이상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85~90%다.
올 2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이 바뀌며 지방광역시 등에서 고무줄·깜깜이 분양가 논란이 제기됐다. 현행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집값 과열 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 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고 나머지 지역 가운데 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경우 100가구 이상 아파트를 분양하려면 분양가 심사를 받도록 한다. 하지만 분양가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일부 사업장은 준공 10년을 넘은 노후아파트보다 낮은 분양가가 책정돼 분양 자체를 미루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는 단지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부동산 문제의 원인이 된 ‘로또 분양’의 부작용을 키우고 소수 계약자에게 시세차익의 혜택이 돌아가는 대신 대다수 무주택자나 1주택자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내집 마련 기회 감소, 보유세 부담 등을 나눠 지도록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분양가 심사기준 개편은 지방광역시 일부에선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반면 수도권은 분양가가 높아져 집값의 지역 양극화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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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낮아지면 계약자 이득?━
HUG 고분양가 심사기준은 두 가지다. 반경 1㎞ 내 비교 사업장을 선정해 평균 분양가, 집값 상승률, ‘심사 평점에 따른 가감률’을 곱해 정한다. 여기서 HUG가 비공개하고 있는 심사 평점은 교통상황 등 여러 요소를 이용해 정량적으로 책정한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여기에 인근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 상한선을 정한다.이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는 준공 시기와 상관없이 지하철·학교 등 인프라가 좋으면 매매가가 계속 오르다 보니 시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인근 아파트값이 높다. 시행사가 원하는 분양가가 산정되기 쉬운 구조다. 반면 지방광역시는 노후아파트일 경우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비교 대상 역시 시·군·구 가운데 어느 행정구역인지 불분명한 만큼 사업주체의 분양가 예측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기준이 완벽히 공개되지 않는 이상 분양 일정을 수립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 아파트 분양가가 노후아파트 매매가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시행사는 이윤 감소를 이유로 분양을 미루거나 후분양을 하게 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 분양 시기가 한 달 이상 지체돼 후분양을 검토하는 건설업체도 늘고 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시공업체가 공사 이윤을 더 챙기기 위해 분양가격을 올리려 한다고 의심하지만 공사비는 정해져 있는 만큼 시공 이익과는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부실시공이나 생활하자 등을 이유로 후분양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계약자 입장에서 후분양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선 분양가 상승 우려가 크다. 통상 선분양은 계약자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대금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반면 후분양은 초기 사업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자도 증가한다. 이 같은 비용이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실질적으로 품질 상승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후분양을 시행하는 건설업체는 착공 1년6개월 후 공정률 60% 수준에서 계약자를 모집한다. 이는 골조만 세워진 상태일 뿐이라 구매자는 실제 생활상 하자 유무를 알 수 없어 선분양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실시공 개선 효과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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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사업장 지정 취소할 수 없나?━
이런 지적에 대해 HUG 관계자는 “고분양가 심사는 보증 리스크의 선제적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사업주체가 제시받은 가격 이내에서 분양보증 발급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분양가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심사 평점에 따른 가감률은 비교 사업장 대비 우위·열위를 평가해 점수차를 산정하고 정량적으로 조정한다”며 “구체적인 산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내부 규정”이라고 설명했다.다만 비교 사업장 선정에 대해선 보증을 신청한 사업장과 평가 점수의 차이가 가장 적은 단지, 준공 10년 이내 단지 각각 1개를 선정하고 반경 1㎞ 이내에 없는 경우엔 1㎞마다 확장해 조사한다고 HUG는 설명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심화됨에 따라 이 같은 HUG의 분양가 운영 방식이 집값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용남 도시와경제 소장은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 이후 실제로 수도권 분양가는 더욱 오르고 지방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로또 분양은 소수에게만 혜택을 주고 대다수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만큼 주변 지역에 적정한 비교 사업장이 없는 경우 고분양가 사업장 지정을 취소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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