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이재호 계명대 해부학 교수가 다 빈치, 미켈란젤로, 다비드부터 칼로, 바스키아의 명화를 해부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를 펴냈다.
이 교수는 "미술관에 걸린 작품은 한 구의 카데바(해부용 시신, cadaver)와 같다"며 "화가들은 해부학자만큼 인체에 천착한 탐구 결과를 작품에 오롯이 남겼다"고 했다.

다 빈치는 30구 넘는 시체를 직접 해부하며 인체를 탐구했다. 의사도 과학자도 아닌 다 빈치가 사람의 몸을 직접 해부한 이유는, 인체를 보다 정확하게 그리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그는 관상동맥을 최초로 정확하게 담았을 뿐만 아니라 시신경이 뇌와 연결된다는 것도 가장 먼저 확인했다. 그가 남긴 1800여 점의 해부도는 인체 구석구석을 세세하게 알려주며, 현대 해부학자들을 놀라게 한다"(47쪽)


몸속 기관의 이름은 신화 속 인물 혹은 닮은꼴 대상에게 이름을 빌려온 것이 많다. 림프, 승모근, 라비린토스, 견치 등이 대표적이다.

"퇴근 무렵이면 유난히 뻐근한 근육이 있다. 어깨 위로 볼록 튀어나온 '승모근'이다. 이 근육은 프란체스코회 수도복 '카푸친'(capuchin) 모자와 닮아 승모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승모근은 카푸친에 달린 모자를 벗었을 때 어깨에 닿는 부위와 납작한 세모꼴 모양이 똑같다. 수르바란이 그린 '성 프란체스코'에 이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75쪽)

저자는 해부학자의 시선으로 예술작품에서 근육·뼈·혈관·장기 등 사람의 몸 구석구석을 살핀다. 예를 들어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에서 위팔노근을, 보티첼리의 '봄'에서 숨겨놓은 허파를,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에서 두렁정맥을, 라이몬디의 '파리스의 심판'에서 볼기근을 설명한다.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은 반복된 가사노동의 흔적이 담겨 있다. 여인의 왼팔은 무거운 주전자를 받치고 있다. 꽤 도드라진 그녀의 왼팔 근육은 '위팔노근'이다. 작품 속 여인처럼 무언가를 들 때, 팔꿈치 관절을 굽힐 때 사용된다. 위팔노근은 위팔뼈 바깥쪽에서 시작되어 아래팔 바깥쪽 뼈인 노뼈에 붙는다"(285쪽)

저자는 전 세계 미술관이야말로 포르말린 냄새에 눈시울 붉힐 필요 없이 인체 곳곳을 탐험할 수 있는 해부학 교실이라며 명화 속에 담긴 인체의 이야기를 재밌게 담아냈다.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이재호 지음/ 어바웃어북/ 2만원

© 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