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김상훈 기자 = 오는 23일 열리는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1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을 방문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일정상회담의 형식과 의제(성과)를 두고 양국 외교 실무자들 간 물밑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경색될 대로 경색된 한일관계 속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늦어도 이번 주 내에는 문 대통령의 방일(訪日)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는 기류다.
사실상 청와대는 일본 측을 향해 최후통첩을 해둔 상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2일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이번 주 중으로 일본이 변화된 태도를 보여야 방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일정상회담 개최 및 정상회담에서의 성과가 전제돼야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성사될 수 있다는 당초 청와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1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도 "지금은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기존 입장의 후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 개의 전제조건 중 그나마 양국이 접점을 찾은 것은 정상회담 개최 건이다. 외교부는 지난 11일 "현안 해결의 모멘텀이 마련되고 적절한 격식이 갖춰진다는 전제 하에 (양국 간) 한일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마저도 우리 측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등이 동석한 정식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일본 측은 15분 가량의 약식회담을 고수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이견은 성과 문제다. 청와대는 15분이든 60분이든 만남의 시간은 중요치 않지만 만남에 따른 성과는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번의 대면으로 양국 사이 켜켜이 쌓인 문제들을 모두 풀어낼 수는 없겠지만 Δ핵심 부품에 대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Δ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Δ강제징용 피해자 및 위안부 문제와 같은 주요 현안들에 대해서는 한 번쯤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우리 정부는 이중 일본 정부의 결심만 선다면 빠르게 해결이 가능한 수출 규제 철회 문제 해법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우리 측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협력에 있어서도 재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올림픽 손님'으로서 문 대통령을 대우하는 것 외에 더 이상의 예우는 불가하다는 태도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8일 기자회견 당시 문 대통령이 올림픽에 맞춰 일본을 방문한다면 외교적으로 정중히 대응하겠다고 하면서도 "한일 양국 간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이 책임을 갖고 대응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일본 국내의 정치적 상황과 연계돼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2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근 일본 언론 보도를 볼 때 정상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 문제나 한일관계 개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인상이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전문 인터넷신문 JP뉴스 대표인 유재순씨는 이날(13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문 대통령과 논의해야 할 현안들이 아베 정부 시절에 있었던 일이라 스가 총리의 관련 내용 습득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일본 언론에서는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가 총리는 정식으로 선출된 것이 아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잔여 시기를 채우는 총리인 만큼 당장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해 당선돼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며 "자민당은 아베에 이어 스가 때까지, 지지하는 기반이 일본 우익들"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일본 정부가 '2021년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거듭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한국 국내 여론은 더욱 악화할 분위기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러한 문제 또한 포함해 일본 정부와의 대화를 추진해보려는 입장이지만 일본 측이 끝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올림픽 불참 선택지 또한 배제하지 않는 모양새다.
한편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한일관계 전문가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미국의 압력 속 한일관계 개선은 하나의 과제이기 때문에 스가 정권이 여기에서 정치적 명분만을 생각한다면 스가 정권 자체가 실각할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적극적으로 입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스가 정권이 뭔가 결정할 수 있는 정권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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