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가 14일 서울 은평구 서울기독대 본관에서 굳게 잠긴 자신의 연구실 앞에 책상을 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손 교수는 2017년 18년 동안 교수로 재직했던 학교에서 파면을 당한 뒤 4년 반이 지나도록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021.7.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 서울기독대학교 본관 4층의 복도. 중년 남성이 홀로 노트북을 켠 채 책상에 앉아 있었다. 파란색 반소매 셔츠 차림의 남성 옆에는 그의 키 높이쯤 되는 화분 하나와 무릎 높이의 화분 하나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그가 등지고 있는 교수 연구실 출입문에는 거센 문구의 벽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방학을 맞아 오가는 사람도 적은 복도, 굳게 닫힌 자신의 연구실 앞에 자리를 잡고 앉은 중년의 남성은 화분의 주인인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였다. 손 교수는 지난 2016년 경북 김천 개운사에 들어가 법당을 훼손한 개신교 신자를 규탄하고 손해를 입은 사찰을 위해 모금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징계를 받고 파면됐다.

파면의 명분으로 학교와 교단은 손 교수가 불교를 위해 모금 활동을 하는 등 '우상숭배'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손 교수가 종교 간의 화합을 주장하며 불교 법당에서 설교를 한 행위 등을 들어 그를 이단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관련기사: "불상훼손 사과·모금한 죄로 교수 파면"…서울기독대 논란)


◇파면 잘못됐다는 법원 판단에도 꼼짝 않는 학교

법원은 손 교수의 파면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2심까지 가는 재판 끝에 학교법인 이사회는 상고를 포기하고 결과를 수용했다. 이사회는 복직을 결정했지만 이강평 서울기독대 총장 및 학교 본부는 이사회의 결정에 반대하며 손 교수의 출근을 거부했다. 연구실은 폐쇄됐고, 수업도 배정되지 않고 있으며 학교 홈페이지, 도서관 등의 접근권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학교의 출근 저지 조치에 손 교수는 법원에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은 학교의 손을 들어줬지만 지난달 말 열린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학교가 시설 사용, 홈페이지 접근, 강의 배정에 있어 손 교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일 50만원을 손 교수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학교는 채권 지급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의 출근을 막고 있다.


손 교수는 재임용이 결정된 지난 4월부터 출근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는 "작년 4월1일에 교수 재임용이 결정됐는데 그때도 학교에서 못 들어오게 했어요. 이후에 8월에 이사회에서 (재임용) 공문을 보내서 그 다음날부터 학교로 출근을 했는데 여전히 꼼짝을 안 했죠. 그래서 이번에는 교육부하고 여기하고 번갈아 가면서 1인 시위를 하다가 28일 가처분 신청 2심 판단이 나오고부터 다시 학교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16일째 되네요"라고 말했다.

파면 후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어려움이 덮쳤다. 파면으로 인해 수입이 당장 '0원'이 된 상황에서 경제적 부담으로 살던 집도 팔아야 했다. 학교와의 싸움을 시작하면서 정신적인 고통도 더해졌다. 그는 "초창기 때는 온갖 들짐승이 가능한 곳에 혼자 던져진 느낌이 들고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당시에는 우울증 증세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맞이한 그에게 생면부지의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파면 사실이 알려지자 다수의 시민이 함께 분노했고 그의 복직을 돕는 모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손 교수는 재판 때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시민 수백명이 탄원 서명을 보내주는 것을 보고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꼈다고 했다.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가 14일 서울 은평구 서울기독대 본관에서 굳게 잠긴 자신의 연구실 앞에 책상을 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2021.7.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리적 행동이 어떻게 이단 우상숭배가 될 수 있나?"
징계를 받고 파면을 당하는 과정에서 손 교수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 것은 평생 교인으로 살았던 자신을 '이단' '우상숭배자'로 손가락질하는 주변의 시선이었다. 심지어 한 일간지에는 보수 개신교 단체 명의로 손 교수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지면 광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명예훼손을 했죠. 사람들이 저를 머리에 뿔 난 마귀처럼 생각해요.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저한테 가까이 오면 불이익을 당할까 다가오지 못해요.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교수들인데 이제는 만나는 것도 어색합니다"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법원과 이사회의 복직 판단에 앞서 학교와 일부 관계자들이 자신을 이단, 우상숭배자라고 규정한 논리도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개신교와 이웃한 종교들을 무조건 '우상숭배'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종교들이 가지고 있는 사상과 역사를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우상숭배라는 것은 하나님이 아닌 것을 하나님으로 숭배하는 것"이라며 "이웃종교와 함께 잘 살자고 하는 것이 이웃종교가 하나님이라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포용과 사랑의 원리로 움직이는 종교이지 배제의 원리가 중심이 되는 종교가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혹여나 불교를 우상숭배라고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제가 불당에 가서 부처님을 하나님이라고 하면서 기도를 한 것도 아니고 남의 종교의 상징을 우리가 훼손했으니 원래대로 회복하자고 하는 것인데 그것은 기독교 윤리의 차원에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닙니까"라며 "이웃종교가 우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하나님이 된 현상이 바로 우상숭배"라고 말했다.

◇예수 몰랐던 조상들은 다 지옥간다고요?

사범대에 진학해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손 교수가 신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겠다고 다짐을 한 것은 고등학교 때 교회 부흥회에서 들었던 한 목사의 설교 내용 때문이었다. 당시 그 목사는 '예수를 믿지 않으면 다 지옥에 간다'며 '우리의 조상들은 예수를 몰라서 다들 지옥에 갔다'고 설교를 했다.

손 교수는 이 내용을 들으며 '내 가족, 훌륭한 조상들이 예수를 몰라서 다 지옥에 갔다는 게 맞는 건가'라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가 공부를 통해 결론을 내린 것은 '조상들이 예수를 몰랐다는 이유로 지옥에 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는 신이 다양한 방식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의 조상을 비롯해 전 세계 인류에게 자신의 뜻을 전해왔다며 "하나님이 선교사들에 등에 업혀 수입된 것이 아니라 태초부터 한국 땅에 계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즉 한국의 다른 종교나 철학의 내면에도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의 뜻이 내재되어 있고 발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손 교수는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교회와 교회 밖의 것을 구분하고 천국 갈 사람과 지옥에 갈 사람으로 대중들을 분리시켜 배제와 폭력을 당연시하는 것이라고 꼽았다. 손 교수는 "하나님이 교회를 통해서만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고 역사, 자연,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서도 다양하게 말씀을 하십니다"라며 교회 안과 밖을 가르고 구분 짓는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독교인만을 사랑하는 것은 진정한 기독교가 아닙니다"라며 "교인이든 아니든 남자든 여자든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마음이고 기독교인의 마음인데 자기가 마음대로 편을 갈라서 사랑의 대상, 혐오의 대상으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손 교수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올 때는 길 잃은 양 한마리까지 감싸 안는 사랑의 원리를 가지고 오신 것이지 '너는 지옥 갈 놈이야'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오신 것은 아닙니다"라며 교회 밖을 나서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교인들을 '협박'하는 교회의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가 14일 서울 은평구 서울기독대 본관에서 굳게 잠긴 자신의 연구실 문고리를 잡아보고 있다. 2021.7.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꼭 학교로 돌아와 교회의 잘못된 면 비추는 계기될 것
손 교수는 자신의 파면 사례가 이런 한국 교회의 문제점들을 잘 드러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타 종교에 대한 혐오가 폭력적으로 나타났음에도 오히려 이를 반성하자는 목소리를 탄압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손 교수는 자신이 꼭 복직해 폭력이 아닌 사랑과 화합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사회와의 포용과 화합을 강조해온 손 교수는 파면 이후에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여러 활동 등을 하고 있다. 교수이기 전에 목사인 그는 일부 부패한 한국 교회의 모습에 환멸을 느껴 교회를 '안 나가'는 신자들을 위해 '재가수도가나안공동체'를 만들었다. 집에 머물며 수련을 한다는 불교 용어인 '재가수도'에 '안 나가'를 거꾸로 한 '가나안'을 붙인 이름이다. 코로나 상황에 맞춰 요즘에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을 이용해 예배를 보고 있다.

종교 평화를 위한 연구 활동을 하며 꾸준히 글을 쓰고 있으며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을 만나며 종교 간의 화합을 위한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손 교수는 복직이 이뤄진다면 기존의 자신의 전공이었던 종교 교육 과목에 더해 종교 평화와 관련된 수업을 열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제쯤 손 교수가 언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는 최근 가처분 신청 2심 재판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를 하며 손 교수의 복귀를 최대한 막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 재단의 일부 이사는 손 교수의 복직을 용인한 이사회의 결정이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이사들은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해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손 교수도 학교와 이사들이 제기한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쉽사리 학교가 연구실 문을 열어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제 고지가 눈앞'이라며 4년간 끌어온 싸움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내비쳤다.

한편, 손 교수의 지인들은 법원에서 복직 결정이 나고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지자 복직을 축하한다는 연락을 많이 보냈다. 하지만 그런 축하 속에서도 여전히 손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앞 복도로 출근을 하고 있다. 그의 자리 옆에 놓인 화분에는 "손원영 교수님의 복직을 축하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적인 리본이 달려있었다. 복도 끝에 열어둔 비상문으로 바람이 들어올 때마다 리본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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