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 요즘, 저마다 대권을 쥐겠다는 사람들이 뉴스와 SNS를 도배한다. 후보자들에 관련된 이런저런 잡담들이 뉴스거리로 자리를 잡은 것은 놀랍지도 않다. 리더인 후보를 보고 싶지만,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리더가 갖추어야 할 매력인 '카리스마'는 가만히 풍기는 향기와 같다. 그(녀)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존재가 빛이 나기 때문이다. 카리스마는 오랫동안 쌓인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된 기분 좋은 향수와 같다.
나는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을 '격'이 있는 자라고 표현한다. 살다 보면, 드물게 격이 있는 사람을 만난다. 그(녀)는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는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주위 사람들을 자신의 매력으로 알게 모르게 끌어들인다. 이 매력은, 흉내와 시기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여 오랫동안 오롯이 정진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다. 자신만의 개성이 넘치는 길을 내서, 그곳에서 세상을 보라고 주위 사람들을 유인한다. 그리고 그는 사람들이 각자의 매력을 스스로 찾도록 친절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부탁한다.
자신의 본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람은 감동 그 자체다. 그는 무엇을 억지로 드러내려고 치장하지 않는다. 요란한 치장은 부담스러운 옷과 같다. 그것은 자신이 진부하고 천하고 공허하다는 증거다. 그것은 내면의 공허를 외면의 요란으로 감추려는 열등감이다. 이런 시끄러운 열등이 우월이라고 광고하는 세상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은 영웅적이다.
카리스마가 있는 자는 구도자다. 그는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안다. 그곳을 향해 그 누구의 눈치로 보지 않고 정진한다. 그는 마치 졸졸 흘러가는 개울물과 같다. 개울물에 방해란 없다. 커다란 바위, 작은 나무, 약간의 늪지대 등등. 이 모든 것은 오히려 그에게 유일한 길이다. 이것들은 개울물을 정화시켜주고 속도를 북돋아 주는 도움일 뿐이다. 그런 사람은 저 야산의 홀로 서 있는 나무와도 같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 여덟 번째 글 '산에 심긴 나무에 관하여'에서 한 나무에 관해 말한다. 차라투스트라가 저녁에 '얼룩 황소'라는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는 한 젊은이가 계곡 아래를 걱정스럽게 응시하며, 나무에 기대고 있는 것을 목격한다. 이 젊은이는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삶의 터전, 저 계곡 밑에 위치한 마을을 응시한다. 그가 기댄 나무는 튼튼하고 깊이 뿌리 박혀 아무리 손으로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 나무는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켰다. 나무가 저 우주 끝에 도달하기 위해서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그 나무의 뿌리는 정확하게 지구의 중심으로, 아래로, 어둠으로, 심연으로 내려가야만 한다. 그 보이지 않는 근원이 나무의 품격을 만든 것이다. 태곳적에 바람에 의해 씨앗이 날라 왔다. 그 이름 모를 야산의 모서리에 안착하였고, 바람, 공기, 안개, 비, 햇빛을 통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잎과 가지를 내고 비바람과 눈보라를 통해 이렇게 우뚝 선 나무가 되었다. 구도자는 그런 나무와 같다. 나무의 특징은 단순함이다. 자신의 뿌리로부터 중력을 거슬러 올린 생명의 환희를 간직하고 항상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단순함은 궁극의 사치이며 최선의 아름다움이다.
세상에는 자연이 있고 사물이 있다. 자연의 원칙은 무위이며 인간이 만든 사물의 원칙은 인위다. 격은 산에 심긴 나무의 뿌리와 같이 볼 수는 없지만, 그 웅장하게 하늘 높이 가지를 펼친 나무의 기반이다. 격은 그 대상이 그 대상답게 하는 품격이다. 사서삼경 중의 하나인 '대학'은 큰 학문에 도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것을 '격물'(格物)이라고 말한다. '격물'을 통해서만 '궁극적인 배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글을 통한 배움을 훌륭하게 완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연의 이치를 깨닫는 '격물'이 선행되어야 한다.
생물들은 씨앗에서 출발한다. 아니 그 씨앗 안에 존재하는 오감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생명력'이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그 씨앗이 신비한 과정을 거쳐 나무가 되고, 꽃이 되며, 새가 되고 물고기가 된다. 눈으로 볼 수 없는지만, 후에 등장하는 겉의 기반이 되는 속을 '본'(本)이라고 말한다. 본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생명력을 지닌 어떤 것이다. 이 어떤 것을 우리는 쉽게 씨앗이라고 부른다. 씨앗이 장소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통해 겉이 드러나게 된다. 그 드러난 것을 바로 '말'(末)이라고 한다. 인간들이 먹고살기 위해 벌린 일인 '사'(事)는 처음이 있고 끝이 있다. 우리는 그 처음, 중간, 그리고 마지막을 볼 수 있다. 일이 온전히 성사되기 위해서는 시종일관한 원칙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격'은 저 보란 듯이 위엄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기꺼이 숲을 이루려는 겸손도 지니고 있다. '대학'은 책이나 스승을 통한 지식이 사물의 이치와 격을 깨닫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인간의 관찰과 탐구를 기다리는 '격물'이 궁극의 지식과 지혜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코로나 시대는, 자연의 섭리, 즉 그 격을 살펴볼 절호의 기회다. 우리 대선주자들 가운데 '격'이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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