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검찰이 기존 공소사실과 범죄 성립요건이 다른 내용으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냈는데, 법원이 신청서 부본을 피고인 측에 전달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에게 공연음란죄를 인정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조씨는 2018년 1월27일 0시쯤 서울에서 진주로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음란동영상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다가 자신의 오른쪽 좌석에 앉아있는 피해자의 허벅지를 총 5회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강제추행의 고의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은 2심에서 강제추행을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 죄명으로 '공연음란죄'를 추가했다.

조씨가 고속버스에서 자위행위를 한 것이 '공연히 음란한 행위'을 한 것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고속버스에는 탑승정원에 해당하는 승객이 모두 탑승하고 있었고, 피고인의 음란행위는 짧은 순간에 그친 것도 아니라 약 3시간 가까이 지속됐다"며 공연음란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법원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죄는 피고인이 자위행위를 했는지 여부나 공연성이 있는지 여부가 범죄 성립에 직접 영향이 없지만, 공연음란죄는 공연히 자위행위를 한 사실이 범죄 성립요건"이라며 "따라서 기존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은 심판대상과 피고인의 방어대상이 서로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부본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송달하거나 교부하지 않은 채 공판절차를 진행해 당일 변론을 종결한 다음 기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인의 변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판결에는 공소장변경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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