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 최영희 팀장(제공 = 최 팀장)© 뉴스1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조직폭력배(조폭)도 꺼리는 '불법'이 있다. 마약이다. 마약 투약 조폭은 '자기 관리를 못 한다'는 평가를 받아 조직 내에서 크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
경찰은 조폭조차 피하는 마약을 추격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아찔하고 끔찍한 순간을 온몸으로 감당할 수 있다.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 최영희 팀장(경감·53)은 지난 3월11일 마약 사범을 잡다가 크게 다쳤다. 총 14차례 수술을 받은 그는 현재도 전북대병원에 입원해 있다. 퇴원하더라도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쳐도 내가 다쳐야 한다"

'팀장'인 그는 현장 지휘만 해도 될텐데 왜 직접 검거에 나섰을까.

"솔직히 팀장이라 뒤에 서서 '잡아' 이렇게 지시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예전부터 가장 먼저 문을 따고 들어가 피의자를 제압했어요. 다쳐도 제가 다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은 아직 젊고 저는 나름 오래 살지 않았습니까. 매일 5㎞를 걷고 턱걸이·수영·배드민턴을 하며 체력 관리를 해와 범인 검거에도 자신 있었습니다."


당시 검거 상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인천공항세관은 캄보디아에서 넘어온 필로폰 1㎏ 어치를 적발했다. 필로폰 1㎏은 1회 투약량 0.03g을 기준으로 3만3000여명이 1회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시가로는 30억여원에 달한다.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첩보를 통해 필로폰 배달 장소를 파악했다. 전주시 완산구 의 한 아파트 단지였다. 마약수사대 두 개팀 9명이 지난 3월11일 오후 8시 아파트 주변에서 잠복에 돌입했다.

현장에서 포착된 용의자는 20·30대로 보이는 중국 동포였다. 그는 경찰을 맞닥뜨리자 흉기를 들고 저항했다. 최 팀장은 즉각 테이저건을 발사해 그를 붙잡았다. 계획대로 검거했으나 최 팀장의 뇌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검거 현장에서 그놈이 막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주변에 공범이 있기 때문이라는 직감이 들었죠. '너 인마, 혼자 아니지''어디서 왔어''여기는 어떻게 왔고'라며 그놈을 추궁했죠."

동남아에서 대량의 필로폰을 국내로 보내 유통하고 소지, 투약한 혐의 등으로 총책 등 20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과 기사는 관계 없음.(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뉴스1

공범은 아파트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최 팀장은 팀원 몇 명을 데리고 앞장서 이동했다. 공범도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함께 있던 온 친구가 아파트 위로 올라가더니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리번대던 공범은 경찰이 달려들자 곧바로 도주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최 팀장이 그의 중형차에 깔렸다. 차는 그 상태로 10~15m 질주하더니 "윙" 소리를 내며 화단 위로 올라갔다. 최 팀장은 여전히 차 밑에 낀 상태였다.

"지나가던 시민들과 현장에 있던 직원들이 주변으로 몰려 들었죠. 차를 조금씩 들어 저를 빼고 조금씩 들어 빼고 그랬어요. 그렇게 겨우 빠져 나온 저는 곧바로 병원에 후송됐는데 이후 2~3일간 의식이 없었습니다. 당시 의료진이 '여보세요, 여보세요' 했던 기억만 어렴풋이 납니다."

◇"일반인도 마약 쉽게 구해"

최 팀장은 기관 삽관을 한 채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이송 나흘째 되는 날 깨어난 그는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발목·팔·어깨·쇄골·갈비 뼈·팔목·항문 등이 다쳤다. 성한 데가 거의 없었다. 사고 여파로 폐도 축소된 상태였다.

최 팀장은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범인을 잡았을까.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이 너무 발달했습니다. 마약도 인터넷을 타고 광범위하게 퍼졌지요. 상습 투약자 뿐이 아닙니다.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호기심에 마약을 한 두번하다가 결국 중독된다는 것입니다."

최 팀장은 "조폭도 꺼리는 게 마약"이라며 “전라북도 조폭 중에 한 두명씩 개인적으로 마약을 하곤 하지만 조직적으로 투약하고 사업하는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약 수사를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을 묻자 '교육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마약 첩보 입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선 경찰서 형사들은 마약 수사를 잘 안 하려고 하지요. 전라북도의 경우 일선 경찰서가 사건을 접수해도 결국 시도경찰청이 해당 사건을 넘겨 받아 수사하게 됩니다. 몇 개월만 알려주면 일선 형사들도 노하우를 터득해 유능하게 수사할 텐데 관련교육을 확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최 팀장은 "조폭 관리하듯 마약 사범을 관리하면 범죄 건수도 줄어들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마약 중독자들이 '약을 끊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리''의지'로 뭉친 강력통

1992년 순경 공채로 임용된 최 팀장은 형사 생활만 20년 이상 했다. 마약수사대 발령 전엔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조폭을 잡았다.

조폭과 마약 수사에 능한 '강력통'인 셈이다. 그는 세계 마약퇴치의 날인 지난 6월 26일 그간의 공적이 인정돼 대통령상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최 팀장에게 경찰이 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어린 시절 일화를 들려줬다.

"중학교 때인가 한 친구가 돈 잃어버렸어요. 선생님이 '가져간 사람 누구냐'며 추궁했지만 반 학생 모두 대답하지 않더군요. 이러다 단체 기합을 받을 것 같아 제가 손 들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너 인마, 안 가져간 것 아는데 왜 손 드냐'며 혼을 내더군요. 어린 시절부터 제가 '의리'를 좀 중시했습니다."

팀원들과의 의리,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최 팀장의 조속한 회복과 복귀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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