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등 쟁점법안 강행 처리 예고에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총력 저지 의사를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법에 따라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를 확보한 민주당의 '합법적' 입법폭주를 막을 현실적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언론중재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 피켓 시위를 벌이고 기립 표결 절차 직전 위원장석을 에워싸는 등 강력 항의했으나 민주당은 단독으로 법안 의결을 밀어붙였다.
문체위 전체위원 16명 가운데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까지 친여 성향은 과반수인 9명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이 당시 전체회의에서 가장 많이 한 말도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표결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것이었다. 개정안은 16명 중 9명 찬성으로 의결됐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숫자로 밀리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공식 회의에서 발언해서 기록으로 남기는 게 최선"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무조건 25일 본회의에서 강행처리한다고 한만큼 항의 표시만이 아니라 저지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으나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전체회의 직전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카드를 내밀기도 했으나 이마저 민주당의 합법적 꼼수로 무력화됐다.
안건조정위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여야 견해차가 큰 법안에 대해 최장 90일간 숙의하기 위해 설치하는 기구로, 소속 의원 수가 가장 많은 제1교섭단체와 그에 속하지 않는 조정위원 각 3명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다.
국민의힘은 김의겸 의원이 야당 몫으로 들어가는 건 3대3이 아닌 사실상 4대2 구성이라고 반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회부 만 하루도 안돼 표결 처리됐다. 김 의원은 문체위 전체회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가결 기립표결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민주당의 입법독재를 막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방안은 여야정 협의체 무산과 "헌법재판소를 동원한 국민 여론에 호소"(김기현 원내대표)이다. 법안 통과 이후 사법 절차인 헌법 소원을 제기해 법안 내용과 통과 과정 적절성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당 내부에선 장외투쟁과는 거리를 두고 의사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인 '필리버스터'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준 '악수'(惡手)가 여당의 '입법 독재'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지적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보이콧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본회의장 앞에 못질 할 수도 없지 않나"며 "국회 안에서 피를 흘리며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던 관행대로 법사위원장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여당 독식' 원구성으로 21대 국회는 주요 법안 처리 때마다 '야당 패싱' 논란을 일으켰다.
여야는 최근 상임위원장을 국회 의석수에 따라 민주당이 11개, 국민의힘이 7개를 맡기로 합의했다. 야당 몫 상임위원장과 국회부의장 후보는 언론중재법 상정이 예상되는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 선출될 예정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22일 오후 2시 국회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 반대 입장을 밝힌다.
앞서 민주당은 가짜뉴스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언론중재법을 문체위에서 단독 처리한 지난 18일 교육위원회에서도 사립학교 교사 신규채용 시험을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같은날 새벽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기후위기대응법)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 법안 역시 안건조정위가 구성됐지만 여당의 강행 처리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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