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세계 여자 골프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021년 메이저대회 무관과 올림픽 메달 획득 실패 등 굵직한 무대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주요 타이틀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23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2021년 여자 골프 마지막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 우승은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가 차지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을 노렸던 김세영은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 여자골프는 지난 2011년부터 지난 10년간 매년 메이저대회에서 1승 이상을 수확했다. 하지만 2021년에는 5개의 메이저대회를 다 놓치면서 11년 만에 무관에 그쳤다.
2021년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타이틀은 태국의 신성 패티 타바타나킷이 차지했고 6월 열렸던 US여자오픈은 필리핀의 유카 사소가 정상에 섰다.
6월말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는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쳐온 미국의 넬리 코다가 개인 첫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7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호주 교포 이민지가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 선수의 이름은 없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메이저 우승 23회…독주 끝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여자 골프는 한국 선수들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48개의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절반에 가까운 23번의 우승을 합작, 여자 골프 최강의 입지를 다져왔다.
2011년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2012년 유선영(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나연(US여자오픈), 신지애(브리티시 여자오픈)가 3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이어질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예고했다.
한국 여자 골프의 상승세는 박인비가 이어받았다.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자 박인비는 2013년 들어 ANA 인스퍼레이션,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3개 대회를 휩쓸며 여자 골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이후에도 박인비는 2014년 LPGA 챔피언십, 2015년 위민스 PGA 챔피언십, 브리티시 여자오픈 등을 차례로 석권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했다.
2016년부터는 박인비의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었다. 하지만 박성현, 고진영 등이 배턴을 이어받아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외에도 이정은6, 이미림, 김아림 등 깜짝 스타도 꾸준히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추가하며 한국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021년 여자 골프의 판도가 변했다. 한국 선수들이 주춤한 사이 넬리 코다를 필두로 미국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태국은 타바타나킷과 아리야 주타누간 등 신구 스타들이 조화를 이루며 LPGA투어 무대에서 다시 강세를 보였다.
2021시즌 총 3승을 올린 한국은 7승의 미국, 4승의 태국 등에 뒤져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나쁘다고 할 수도 없지만 한국 여자골프 위상에 어울리는 성적표는 아니다.
◇세계랭킹 1위 놓친 한국…올림픽 노메달 아쉬움까지
한국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코다에게 내줬다.
고진영은 2019년 7월말부터 세계랭킹 1위로 군림해왔다. 약 2년 가까운 기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지만 지난 6월말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코다가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가 바뀌었다. 코다는 2014년 10월 스테이시 루이스 이후 약 7년 만에 미국 선수로서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그래도 2020 도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은 넘쳤다. 세계랭킹 2위부터 4위에 자리한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이 버티고 있었고 한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낮은 김효주도 세계랭킹 6위였다. 여자 골프계의 '드림팀'이라고 불리기 손색 없었다. 금메달은 물론 멀티 메달도 충분히 욕심 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은 무더위와 그린 적응에 실패하며 메달 획득도 좌절됐다. 고진영과 김효주가 공동 9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고 김효주는 공동 15위,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던 박인비는 23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들이 주춤한 사이 금메달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코다가 가져갔다.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LPGA투어 3승을 올린 코다는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2021년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올해의 선수·최저타수상·상금왕 등 주요 타이틀 빈손 가능성도
매년 꾸준한 활약을 펼쳐온 한국 선수들은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상식에서도 주인공이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올해의 선수상과 최저 타수상은 각각 4번, 상금왕은 5번 한국 선수의 몫이었다.
특히 신인상은 한국 선수들이 휩쓸었다. 2011년 서희경을 시작으로 유소연(2012), 김세영(2015), 전인지(2016), 박성현(2017), 고진영(2018), 이정은6(2019) 등이 차례로 신인왕에 등극했다.
그러나 2021년 한국 선수들은 무관에 그칠 위기다. 올해의 선수상, 최저타수상, 상금왕에서는 코다가 압도적인 1위를 질주하고 있고, 신인왕은 타바타나킷이 유력하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인비가 올해의 선수상 5위, 최저타수상 2위, 상금왕 10위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벌어진 격차와 코다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역전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신인왕 경쟁에서는 타바타나킷이 압도적이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아림이 8위에 있지만 5~6번 우승해야 그나마 타바타나킷과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다. 한국의 6시즌 연속 신인왕 배출 가능성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