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인구(2856만8000명) 0.4%가 공인중개사 직업을 갖고 있다. 신도시 대단지 상가뿐 아니라 도심 곳곳, 어느 동네를 가도 가장 많은 것이 교회 다음으로 ‘복덕방’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관련 법령과 제도 도입 38년 만에 공인중개사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기준 개업 공인중개사는 11만7738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 10만9345명에서 1년 새 8392명 증가했다. 한해 수천명이 적자를 감당 못해 폐업하지만 한쪽에선 집값 급등과 폭증하는 거래량으로 인해 공인중개사 수 역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 상반기 공인중개사 폐업 수는 5822건으로 반기 기준 2002년 상반기(5153건) 이래 1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개업 수는 9302건으로 폐업은 줄고 개업은 늘었다.
경제활동인구(2856만8000명) 0.4%가 공인중개사 직업을 갖고 있다. 신도시 대단지 상가뿐 아니라 도심 곳곳, 어느 동네를 가도 가장 많은 것이 교회 다음으로 ‘복덕방’이다. 관련 법령과 제도 도입 38년 만에 공인중개사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국토부가 내놓은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은 실제 중개사의 소득 수준이나 시장에 적용되는 협의 요율 등 중요한 실태 조사 내용이 빠졌다는 평가다. 공인중개사의 연간 거래 건수, 사무소 유지비용, 정밀한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중개보수 적정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인중개사 수입 믿을 수 없어”
김광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집 한 채를 18번 보여줘야 1건 거래성사되는 게 현실”이라며 “현장 답사로 전체 업무 시간의 65%를 할애한다”고 토로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 7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1억930만원. 현행 중개보수 상한요율(0.9%)을 적용하면 매도인·매수인은 각각 998만원씩 총 1996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국토부가 조사한 2020년 주택 거래량은 12만9305건. 단순 계산 시 공인중개사 1명당 연간 거래건수는 1.1건에 그친다.


하지만 단체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주택거래 당사자들의 고충은 정부 논의에선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내 한 부동산법인 대표 A씨는 “주택 중개거래만 주로 하는 공인중개사의 매출은 신빙성이 낮다”며 “토지·상가·빌딩 거래의 90%는 사업자 거래이다 보니 비용 처리를 위해 카드거래나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만 주택의 경우 부가가치세 10% 할인을 명목으로 대부분 (카드거래나 현금영수증 발생을) 안하고 소비자들도 ‘좋은 게 좋은 것’이란 관행으로 받아들여 매출 누락과 세금 탈루가 발생한다”고 폭로했다.

집 보여주는데 1000만원…
중개사들의 중개 행위와 관련, 수수료로 지불하는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개서비스의 ‘질’도 논란거리다. A씨는 “국내 주택 중개시장에선 집을 보여주는 게 중개사의 주요 업무인데 전문가로선 가장 하등의 업무”라며 “외국처럼 공실 상태가 아니라 인테리어가 다 된, 심지어 거주자가 살고 있는 상태로 보여주다 보니 내부 하자 같은 건 제대로 발견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거래 당사자 입장에선 집 보여주는 개념의 중개보수가 수백만원내지 천만원이 넘는다는 데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변호사, 세무사 등 기타 전문가 직군과 비교해도 보수가 비싼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퇴거자와 입주자의 이사 날짜가 협의되지 않는 경우 공백기간 발생하는 단기 임대료나 잔금을 치를 신용대출 등의 이자비용도 중개사가 직접 조달해 주거나 알선해 줄 수 없는 점은 중개서비스 품질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거래 당사자가 제2금융권 등을 이용해 자금조달을 하고 이자비용까지 부담한다.


A씨는 “2000년대 키움증권이 온라인 HTS를 내놓으며 수수료를 파괴했고 이것이 가격 인하의 시작이 됐다”며 “부동산 중개업도 증권 중개와 다를 바 없다. 과거엔 온라인 플랫폼이 없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적었을 뿐 국토부가 이렇게까지 안해도 정찰제가 아닌 이상 중개사들은 당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소유권 분쟁도 많은데 현행 공인중개사 손해배상 책임보험금 한도는 1억원으로 서울 평균 집값의 10분의 1도 안된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중개사고 가운데 50.6%는 권리관계 문제다. 이번 개편안엔 보험 한도 인상 방안이 담겼지만 무작정 높일 수도 없다는 게 중개업계의 주장이다. 한 중개사는 “1억원당 공인중개사가 부담하는 연간 보험료가 11만~19만원 수준이어서 보험 한도 인상에 따른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고 말했다.

중개업계의 오랜 ‘수수료 담합’ 관행도 해결 과제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들은 단체를 구성해 다른 중개사의 중개를 제한하거나 공동중개를 막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지역 내 친목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실상 영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 중개보수, 美·日보다 6배 낮다?
중개업계는 미국이나 일본 등의 중개 보수율이 3~6%로 한국보다 높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비교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특정 매물이 한 중개인에 의해 거래되는 ‘전속중개제도’를 이용하고 거래 전 과정에 대한 법적 리스크 검토와 컨설팅이 이뤄진다. 여러 명의 매수 의향자가 오퍼(매매 의향서)를 작성하고 희망가격, 대출서류 등을 제출해 매도인으로부터 심사받는 과정은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와 유사한 절차를 밟게 된다.
매수인으로 선정된 후엔 1~2개월 동안 계약서를 무효화할 수 있는 예외조항(Contingency), 즉 구조나 안전과 같이 중대한 문제를 전문가가 조사한다. 한국의 아파트는 부실공사나 설계에 문제가 있더라도 최소 품질을 보장해 수도나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경우는 없지만 미국 주택은 이런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업체를 고용해 각각 수백만원의 검사비를 낸다.

미국 보스턴 교포 B씨는 “싱크대와 가구 등 기본적인 인테리어뿐 아니라 수도·전기 인프라까지 전문업체를 고용해 설치하거나 수리해야 하고 이 과정에 중개인이 대부분의 업무를 맡아서 진행해줄 뿐 아니라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상황까지 책임을 지기 때문에 한국의 부동산 중개수수료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