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전준우 기자 = "아이 인지력 형성과 정서 발달의 중요한 시기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박모씨(42)는 지난해 3월 둘째가 태어난 후 7월 한 달간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박씨는 "돌이켜보면 아이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 정서 형성에 도움이 됐을 것 같아 보람 있었다"며 "주 양육자인 아내와 장모님 등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한 달간만 육아휴직을 쓰다보니 업무를 전혀 배제할 수 없었다"며 "복직 후 업무가 밀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정부에서 휴직 급여를 준다고 하지만 신청 후 한 달 뒤에 들어오다보니 급여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한 손엔 카페라떼 커피를, 다른 한 손엔 유모차 손잡이를 잡은 아빠를 가리키는 남성 육아휴직자를 말하는 '라떼파파'가 되려면 박씨처럼 쉽지 않은 결단을 해야 한다.
◇육아휴직 급여 월 최대 250만원…"생활비로 빠듯"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최대 1년(부모 각각 1년씩 총 2년)의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육아휴직 급여로 첫 3개월간 월 통상임금의 80%(최대 150만원), 나머지 기간은 월 통상임금의 50%(최대 120만원)을 지급한다.
남성 육아 휴직을 권장하기 위한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도 시행 중이다. 같은 자녀에 대해 부모가 순차적으로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두 번째 육아휴직자의 급여를 통상임금 100%(최대 250만원)를 지급한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급여가 충분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6개월간 육아휴직을 다녀온 서울 용산구 소재 대기업 직원 A씨(34)는 "회사 일은 신경 안 쓰고 아이에게만 전념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육아휴직 기간을 회상했다.
하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가 육아휴직을 다시 선택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외벌이였던 A씨가 육아휴직을 하면서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A씨는 "남성이 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있어 경제적인 부분에서 눈치가 보였다"며 "남성 육아휴직 시 더 많은 휴직 급여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들도 육아휴직 후 빠듯해진 생활비로 부담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공무원인 B씨(33·여)는 "상한선을 다 받아도 월급에 미치지 못 하는데, 지원금의 25%를 복직 후에 주기 때문에 더욱 생활이 빡빡해진다"며 "주변 남성 동기들 사례만 봐도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들은 다 좋았다고 말하지만 생활비 부분을 가장 걱정하더라"고 전했다.
◇"가족들마저 남자가 무슨"…보이지 않는 벽 여전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육아는 여성의 역할"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여전하고, 회사 내 보이지 않는 페널티가 존재해 많은 남성들이 육아휴직 사용을 주저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는 C씨(39)는 두 살배기 딸과 함께 하기 위해 지난해 육아휴직을 내려했으나 이내 생각을 접었다. C씨는 "제도상으로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마련돼 있지만, 페널티가 없는 것이 아니다"며 "휴직 사용을 대놓고 막지는 못해도 승진 심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사원 D씨도 "회사는 물론 가족끼리도 남성이 육아휴직을 낸다고 하면 이상하게 본다"며 "사실상 여성도 사내 분위기에 따라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데, 남성은 더욱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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