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미국 제약사 머크가 개발중인 먹는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의 복제약을 후기 임상 시험중이던 인도 제약사 두 곳이 임상을 중단했다. 머크사가 경증 및 중간 정도 환자들에게 효능이 확인됐다고 자체 임상 결과를 발표한지 일주일만이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의 제네릭 약물 제조사인 오로빈도파마와 MSN연구소는 최근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중간 임상시험 자료를 인도 보건당국에 제출하고 임상시험 중단을 요청했다. 오로빈도는 지난 8월부터 중간수준 유증상 환자 100명을 상대로 임상시험 중이었다.
인도 보건 당국의 한 소식통은 이 약이 경증(mild)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중간(moderate)정도 증세의 환자에게는 현저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로빈도의 대변인은 약효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머크사는 몰누피라비르가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코로나19 환자들의 입원이나 사망 위험을 거의 절반으로 줄였다고 일주일전 발표했다. 자사의 결과와 인도의 결과가 다른 데 대해 머크는 인도 제약사들의 '중간 정도'의 정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머크는 중간 정도의 기준을 미 식품의약국(FDA)의 정의대로 혈액내 산소 수치를 93%보다 높은 경우로 보았다. 93% 이하는 심각한(severe) 상태로 간주한다. 하지만 인도의 두 제약사는 중간수준을 90~93%로 정의했다. 머크사 기준과 달리 더 심각한 환자도 중간 수준에 포함시킨 것이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인간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 첫 코로나 바이러스 유발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코로나 계열인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유행은 빠르게 소멸되고,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유행은 널리 퍼지지 않아 제약사들이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할 동기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19의 치료약은 거의 맨땅에서 시작한 셈이다.
몰누피라비르는 감염 초기에 환자를 쉽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 신종플루 팬데믹을 잠재운 약 타미플루같은 '게임체인저'로 기대받았다. 하지만 이번 인도 제약사들의 임상 중단으로 이 약의 성공 여부가 다소 불투명해졌다. 일주일 전 발표된 머크의 임상 결과도 보도자료로만 공개됐지 아직 동료 과학자들의 검토를 거치지 못했다.
게다가 다른 인도 복제약 제약사들의 시험도 실패로 돌아가면 1인당 90만원의 고가로 알려진 이 약을 싸게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들이 공급할 수 있는 길도 요원해진다. 통상 신약은 개발 직후 약값이 비싸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복제약 생산 라이선스를 다른 곳에 내주면서 싸지게 된다.
머크는 그간 닥터레디스와 선파마 등 인도 제약사들 8곳과 자발적허가계약을 맺어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인도는 이를 통해 자국 포함 100여개 다른 빈국과 중간 소득국에 복제약을 공급하는 생산 기지가 될 것으로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8개 가운데 5군데 제약사가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머크와 공동 임상 시험을 진행중이다. 그외 인도 제약사 헤테로는 경증 환자에 대한 자체 임상 결과를 지난 7월 초 발표하고 중간정도 환자 임상 시험을 독자적으로 실시 중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몰누피라비르가 승인되면 170만명 치료분을 12억 달러에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1인 치료에 필요한 비용이 700달러인 셈이다. 이는 렘데시비르나 단일 클론 항체(항체치료약)의 가격보다는 훨씬 낮지만, 여전히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게는 너무 비싸다. 우리 나라는 몰누피라비르 약 2만명분을 확보했고, 향후 3만8000명분까지 구매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복제약의 임상 성공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그 약을 살 여유가 있다고 해도, 이를 적절하게 사용할 진단 능력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몰누피라비르는 증상 발생 후 첫 5일 이내에 투여해야 하는데 많은 빈국 및 개발도상국과 심지어 부국들도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이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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