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빈 변호사
“존경하는 재판장님, 본 변호인은...”
지난 5개월 동안 고군분투해 온 형사재판의 최종변론을 무사히 마쳤다.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들이 있어 해당 사실관계를 다투느라 증인신문을 몇 차례나 거친 뒤다. 변호인으로서는 죄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 사실관계를 바로잡아 양형 판단에 참작되도록 변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종변론이 끝나면 피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후 진술을 할 기회를 얻는다. 최후 진술은 피고인이 ‘변호인의 입을 통하지 않고’ 스스로 범죄사실에 대한 입장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언하는 것이다. 필자의 의뢰인인 피고인은 범죄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최후 진술에서 의뢰인은 재판장이 아닌 방청석 쪽을 바라보고 준비해 온 종이를 읽어 내려가며 고개 숙여 사죄를 구했다.


형사재판은 검사의 공소장 낭독을 포함한 공판의 과정이 대체로 법정 내 구두 진술에 의해 진행되는 ‘구두 변론주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민사소송의 경우 ‘서면주의’ 경향이 짙다. 주된 주장과 입증이 사전에 제출한 서면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변론기일에 출석한 당사자나 대리인인 변호인의 구두변론은 비중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각 재판부마다 과거의 형식적인 서면주의에서 구술주의로의 전환이 탄력적·보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건 수에 비해 판사의 수가 현저히 적은 현실을 감안할 때 모든 재판을 구두변론 중심으로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매우 높다.

따라서 민사소송의 변론기일은 제출된 서면을 진술한 뒤 쟁점을 확인, 차후의 변론 계획을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5~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함께 출석한 의뢰인들은 종종 ‘재판이 생각보다 빨리 끝나네요’라며 허무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는 관용적 표현으로 시작하는 변호인의 구두변론을 들을 이유가 없는 배경이다.


재판 당사자의 지위에서 종종 대리인이나 재판장에게 직접 구두 진술의 기회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주의할 점은 법정에서 내뱉은 진술이 조서(법원 사무관 등이 변론의 진행 사항을 기록한 공문서)에 기재되는 경우 강한 증명력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추후 이를 철회하거나 기재된 바와 다른 내용을 주장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프로필] 조연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구성원 변호사) ▲서강대 법학과 졸업 ▲2019년 서울특별시장 표창 ▲한국여성변호사회 기획이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피해자 법률구조 변호사 ▲한국다문화청소년협회 법률지원 고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