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경제적 능력이 있고 자녀를 잘 길러온 외국인 부모가 단지 한국인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뺏길 수 없고, 양육자를 바꾸기 위해선 정당하고 명백한 사유가 있어야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한국 남성 A씨와 베트남 국적 여성 B씨 간의 이혼 및 양육자 지정 소송에서 A씨를 양육자로 지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와 B씨는 2015년 9월 결혼해 2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갈등이 지속돼 B씨가 큰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가 별거 상태에 들어갔다. 별거 당시 큰 딸의 나이는 만 2살이었다. 약 1년 후 A씨와 B씨는 서로를 상대로 이혼청구 소송을 했다.
B씨는 2015년 12월 대한민국에 오자마자 2016년과 2018년 연이어 2번의 출산을 겪어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별거 직후 직장을 얻어 월 2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고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별 문제 없이 큰 딸을 키우고 있었다.
반면 A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는 있지만 뚜렷한 직업없이 대출금을 생활하고 있었는데, B씨의 한국어 능력과 주거지 불안정을 문제삼아 큰 딸을 자신이 길러야한다고 주장했다.
1, 2심은 모두 두 사람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A씨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해야한다고 판단했다. B씨가 기본적인 한국어 소통능력이 떨어지고 거주지나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아 양육 환경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B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를 봐주는 B씨의 어머니가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아 자녀의 언어습득이나 유치원, 학교생활 적응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큰 딸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A씨를 지정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별거 이후 재판상 이혼에 이르기까지 상당기간 어린 자녀를 잘 길러온 상황에서 양육자를 바꿔야한다면,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현재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B씨의 한국어 소통능력 때문에 한국인이 양육하는게 더 적합할 것이란 추상적이고 막연한 판단으로 외국인 배우자가 양육하는 게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공교육이나 기타 교육여건이 확립되어 있어 미성년 자녀가 한국어를 습득하고 연습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며 "외국인 부모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외국인 배우자 역시 사회생활을 통해 노력한다면 한국어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육자를 바꿀 때 고려돼야 할 요소가 무엇인지, 외국인 배우자의 양육적합성 판단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어떻게 고려돼야하는지 선언한 판결"이라며 "다문화가정의 존중 및 아동의 복리라는 차원에서 양육자 지정에 관해 중요한 원칙과 판단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