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밤 한국 축구 대표팀과 아랍에미리트(UAE)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이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이날 경기는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방침에 따라 유관중으로 진행됐다. 이는 지난 2019년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 이후 약 2년만이다.
다소 쌀쌀한 날씨가 예고됐으나 주요 좌석들은 대부분 매진되는 등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이날 경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열린 국내 모든 스포츠 경기 가운데 가장 많은 관중(3만152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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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진 방역 긴장감… 빈틈보인 검사대━
경기 시작 시간이 임박하자 관중들이 몰리며 입장 대기줄이 길어졌다. 코로나19 이전엔 경기장 입장 때 간단히 가방 내부 검사와 입장권만 확인했다. 지금은 백신 접종 완료 여부 확인이 필수여서 그만큼 대기 시간도 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대기줄은 빨리 줄었다. 검사 시간은 1명 당 3~4초 남짓. 3만명이 넘는 관중들이 한꺼번에 몰렸음에도 백신 접종 여부를 검사하는 현장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기자 일행이 예매한 2등석 W구역(Gate W4, W5) 입구엔 6명의 직원이 있었다. 접종완료 증명 쿠브(COOV) 애플리케이션 (이하 쿠브)을 통해 접종완료 확인서를 제시하려 했지만 이날 많은 관중들이 몰려 휴대폰 데이터 신호가 잘 터지지 않았다.
따라서 일행은 최근 PCR검사 음성 확인 문자 메시지를 보여준 뒤 입장했다. 사실 이 같은 문자 메시지들은 위조가 충분히 가능하다. 심지어 일부 관중들은 쿠브에서의 접종 완료 증명서를 캡쳐해서 제시했다. 이 역시 조작이 어렵지 않다.
앞서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날 경기 예매를 한 팬들에게 수시로 신분증을 지참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신분증은 쿠브와 함께 본인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쓰인다. 기자는 이날 운전면허증을 지참했지만 신분증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가방 내부 검사도 하지 않았다.
많은 축구 팬은 KFA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들은 대부분 2차 접종을 받았으나 2주가 경과되지 않아 경기를 보러 오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지 않은 축구팬들도 PCR검사를 통해 음성 여부만 확인하면 입장이 가능했다. 이는 KFA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착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축구팬인 공모씨(27·남)는 "2차 접종 후 2주가 지나지 않아 입장이 불가능한 줄 알았다"며 "입장권을 사더라도 경기장 입장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표를 구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구팬인 조모씨(26·여)도 "KFA가 문자를 수시로 보낸 만큼 백신 접종여부를 매우 엄격히 확인할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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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 응원 금지'에도 여전히 들리는 "대~한민국"━
경기장 내 스크린에는 '육성 응원 금지' 안내문이 계속 비춰졌다. 그럼에도 팬들은 대표팀 응원가를 외쳤다. 앞서 KFA는 팬들이 육성으로 응원을 하지 못해 태극기가 그려진 클래퍼 보드를 다량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한 팬들은 거의 없었다.
팬들은 대표팀 선수들을 향해 육성으로 응원하며 환호했다. 심지어 UAE 선수가 한국 선수를 파울할 때마다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이날 현장을 찾은 정모씨(25살·남)는 "육성 응원을 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다른 관중들이 하니까 (본인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유관중 A매치 경기에서 처음으로 취식이 가능했다. 음주 반입은 금지됐다. 하지만 예상 외로 취식을 하는 팬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추운 날씨 탓에 담요나 겉옷에 손을 넣고 있었다.
이모씨(22·남)는 "날씨가 추워 뭘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며 "경기장 안에서 대표팀 경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A매치를 꾸준히 챙겨봤다는 류모씨(27·여)는 "느슨해진 방역 고삐를 보고 실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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