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 "초임검사 시절에 중학교 3학년쯤 됐던 소년범이 기억나요. 고아원을 뛰쳐나와서 공장에 들어갔는데 손가락이 잘렸어요. 미성년자에게 그런 일을 시키는 건 불법이거든요. 법률구조공단에 이야기해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도록 해주고 애는 석방을 시켰어요. 1994년이었으니까 지금은 40대가 됐을 겁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7일 예능방송에 출연해 '인간 윤석열' 면모를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 등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을 진두지휘한 그였지만, 윤 후보는 27년 전 잘린 손가락을 직접 치료해줬던 한 청소년을 떠올렸다.
윤 후보는 이날 KBS 2TV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했다. KBS는 지난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시작으로 '대선후보 특집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남색 셔츠에 회색 카디건을 걸친 편안한 차림으로 출연진과 호흡을 맞췄다.
윤 후보는 '정말 잊지 못할 사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손가락이 잘린 채 구속된 한 소년범이 생각난다"고 답했다. 초임 검사 시절이었던 1994년 만난 소년범은 보육원을 나와 공장에 들어갔다가 손가락이 절단됐다. 손가락이 잘린 채 거리를 전전하던 소년은 절도·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돼 검사였던 윤 후보를 만났다.
윤 후보는 "나이 어린 미성년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시키는 것은 불법인데, 공장에서 치료도 제대로 시켜주지 않았다"며 "법률구조공단에 이야기해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게 하고, 아이가 20살이 되면 돈을 찾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소년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손을 치료할 수 있도록 부탁한 뒤 중국집으로 데려가 짜장면을 사줬다고 한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소개된 윤 후보의 미담도 재조명됐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 재직 중이었던 올해 1월 블라인드에는 "윤석열 총장이 8급 수사관과 청소하는 여사님들을 진심으로 챙긴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윤 후보는 "청소하는 분이든, 어떤 일을 하는 분이든 마주치면 '고생하십니다'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명절 때면 양말이라도 드려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울보 윤석열'의 숨은 뒷이야기도 이날 공개됐다. 윤 후보는 지난달 12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간담회에서 '러시아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저는 차이코프스키와 쇼스타코비치를 아주 사랑한다"고 답한 바 있다. 당시 윤 후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포위된 채 레닌그라드에서 연주를 한 쇼스타코비치의 모습이 연상돼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았다고 고백했다.
윤 후보는 "러시아 기자가 '러시아를 좋아하느냐'고 질문했는데, 나도 모르게 '차이코프스키와 쇼스타코비치를 사랑한다'는 말이 나갔다"며 "러시아 국민들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힘입어서 역경을 극복한 것을 존경한다고 했는데, 눈물을 꾹 참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나 해서 (영상을) 봤는데 전혀 표가 나지 않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윤 후보는 '대선후보로서의 다짐'을 묻는 대목에서 눈빛이 진지해졌다. 그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나, 현직 대통령이나 모두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적 책임'에 대해서도 "고시 공부는 내가 못했을 수 있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공직에서 일을 맡으면 그건 잠을 자지 않는 수가 있어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고 정계에 입문해 대권에 도전한 2021년 한 해에 대해 "옛날에 독일에서 임금이 세 번 바뀐 해가 있었다는데, 저도 인생 60년을 살면서 최대 격변기였다"고 소회했다. 이어 "우리 사회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도 변화가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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