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헤어진 연인의 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목숨을 빼앗은 20대 남성이 구속된 가운데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던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사건 초기 성폭력 피해 호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를 귀가조치한 것으로 확인돼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모씨(26)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범행에 앞서 전 연인 A씨의 서울 주소지를 알아낸 경위를 경찰에 진술했다. 이씨는 '흥신소'를 통해 A씨의 서울 주소지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진술의 사실 여부를 수사 중이다.
또 조사에서 이씨가 범행에 직접 사용한 흉기 외에 다른 범행도구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구입 경로 및 소지 경위를 수사 중이다. 이씨는 충남 천안시의 자택에서부터 가져온 흉기뿐 아니라 A씨 거주지 인근에서 추가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앞서 빌라 거주자들이 출입하는 것을 엿보며 공동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경찰은 이씨가 "애초에 가족을 노린 것이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과 달리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A씨의 아버지로부터 성폭행 및 감금 혐의로 신고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보복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은 아울러 이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연인을 살해한 김병찬(35)의 신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씨는 지난 10일 오후 2시26분쯤 송파구의 한 빌라에서 A씨의 어머니와 남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도주했다. A씨의 어머니는 이날 오후 사망했고, 동생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위중한 상태로 전해졌다.
현장에 없어 화를 피한 A씨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옆 건물 2층에 숨어있던 이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특히 A씨의 아버지가 6일 경찰에 "딸이 감금당한 것 같다"고 신고했을 당시 출동한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이씨를 보낸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신고는 강남경찰서에 접수됐으며 대구 수성경찰서가 대구에 있던 이씨와 A씨를 발견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은 A씨로부터 성폭력 피해 진술을 받았지만 두 사람 진술이 엇갈리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으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튿날 사건을 이씨의 주거지 관할서인 충남 천안서북경찰서로 이첩했으며, A씨의 신변보호 조치를 취했으나 가족을 겨냥한 범행을 막지 못했다. 다만 A씨는 스마트워치 등을 이용해 112신고를 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A씨에 대한 스토킹 여부를 조사 중이다.
서울동부지법은 이날 오후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진행하고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이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법원에 출석했으며, 심문을 마치고 나오던 중 "보복살인 맞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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