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손인해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는 '초강수'를 던지면서 내부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비효율적인 선대위 체계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지만, 쇄신에 실패하면 '자중지란'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대책위원회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당 대표가 최고위원의 '항명 사태'로 하루 만에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는 일은 사상 초유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겸임했다.
이 대표의 '폭탄선언'으로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 선대위의 '구조 슬림화'와 '지휘체계 개편' 필요성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지만, 이 대표가 사퇴를 선언한 대목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 대표 입장에서는 정확한 판단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본다"며 "최고위원이 당 대표이자 상임선대위원장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사태에서 보듯이 현재 선대위 체제로는 효율적인 대선 준비를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대표가 '사퇴 카드'를 너무 빨리 던졌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 울산 회동으로 극한의 내홍을 가까스로 봉합했다. 불과 보름 만에 내부 혼란을 가중하는 '극약처방'을 쓴 것은 대선 국면에서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3선 중진 의원은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이 대표가) 그런 결정을 하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책임을 맡고 계신 분들이 이런 (사퇴) 결정을 한 것에 대해 당내 의원도 당혹스러운데,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얼마나 불안하겠나"고 쓴소리를 냈다.
다른 5선 의원도 "사실 이준석 대표의 사퇴 선언은 예상된 일"이라면서도 "서둘러 수습하지 않으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현 선대위가 후속 조처나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 갈등이 오늘의 이 대표의 선대위 직책 사퇴로 이어졌다"며 "걱정스러운 일이 결국 벌어졌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조직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울산 회동'처럼 극적인 해빙 무드가 만들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분분하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사퇴를 불사하며 메시지를 던졌으니, 이제 윤 후보가 결심을 내려야 한다"며 "당초 약속했던 선대위 지휘체계의 전권(全權)을 김 총괄선대위원장에 넘기고,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선대위가 거듭나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를 위해 당 경선 때부터 일했던 인사들, 당내 중진들은 모두 지역구로 내려가 역할을 하거나 각 직능에서 뒷받침하는 슬림한 선대위로 재편해야 할 것"이라며 "대선후보와 당 대표, 총괄선대위원장이 직접 소통하는 효율적인 선대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찮다. '울산 회동'과 달리 선대위가 이미 출범해 기능을 하는 상태인 데다, '포용적 선대위' 구상이 확실한 윤 후보가 '실무형 선대위'를 선택하는 전향적 결단을 내릴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가 주장하는 '효율적 선대위'는 분명히 맞는 말이지만, 그 모델이 우리에게 적용 가능하냐는 다른 문제"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도지사도 했고 오랫동안 정치에 관여했기 때문에 자신의 통솔 아래 선대위를 끌어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윤 후보는 정치경력이 짧기 때문에 작은 선대위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김 위원장이 확실하게 전권을 잡고 선대위를 끌어가는 체계가 만들어지면 해결되겠지만,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순순히 물러날지도 의문"이라며 "결국 이 대표가 던진 화두는 맞는데, 해결 방법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극약처방론도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공개 비판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 구성이 어떠하고, 누가 있고 없고 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뿐"이라며 "그래서는 결국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를 잃는 결과밖에 더 오겠느냐"고 했다. 이어 "대선까지 후보 중심으로 정권교체만을 위해 달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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