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박혜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개월을 남겨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을 전격 행사한 데에는 오랜 수감생활로 건강상태가 안좋아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안쓰러움과,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박 전 대통령을 '결자해지'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사면과 관련한 국민 여론에 여전히 이견이 많은 상황에서 본인의 결단으로 사면권을 행사한 만큼 추후 뒤따를 정치적 부담은 온전히 자신이 안고 가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24일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참모들과의 상의 없이 혼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는 물론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도 사전에 의견을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가 최근까지도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검토된 바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도 청와대 내에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기류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절차를 중시하는 문 대통령 성향상 결단을 내린 뒤 법무부에 알리는 과정에서 정무, 민정라인 등 일부 제한적인 인원들만이 이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민정수석실에선 그간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 등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해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국민공감대 형성을 사면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지난 5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지금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참 불행한 일이다. 안타깝다"면서도 "그것이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 우리 사법의 정의, 형평성, 또 국민들 공감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 공감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팽팽한 상황이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48%였다. 사면해야 한다는 답은 44%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참모들도 모르게 홀로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 어깨·허리 질환으로 구치소와 외부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달 22일에부터는 서울삼성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지지층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만약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이상이 생길 경우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정부의 사면 발표 이후 입장문을 통해 직접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국정농단 사태를 딛고 탄생한 정권인 만큼 직접 임기 말 통합과 화해의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촛불정권'의 한계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전부터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임기 내 사면을 단행할 것이란 예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로 인해 문 대통령이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내년 3월9일 선거가 끝난 뒤 대통령 당선인과의 협의를 거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단행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로 미루어 봤을 때 문 대통령이 오랜 시간 고심해왔던 부분이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를 계기로 결심으로 굳혀졌을 것이란 게 청와대 안팎의 시각이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대선에 따른 정치적 논란이 커진다는 점에서 가장 빠른 시기인 연말 특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스1 통화에서 "다음 정부에 부담을 안 줘야겠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그동안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던 건 그래서 결자해지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한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취임 전에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이어서 퇴임까지 그 문제를 놔두고 나가는 것은 정치적으로 굉장한 부담이 됐던 상황"이라며 "이번에 건강 문제도 고려돼 사면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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