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 26명은 지난 11일 루크강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에게 “디즈니 플러스에 제공되는 한국 드라마 ‘설강화:Snowdrop’에 대해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편지를 쓴다”며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정해인 분)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은영로’(지수 분)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출연과 디즈니가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디즈니+’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된다는 점 등으로 방영 전부터 주목 받았지만 역사 왜곡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이 됐다.
이 학자들은 “한국과 전 세계에는 자격을 갖춘 한국사 전문가들이 많다”며 “국제적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근현대사라는 맥락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의 사학자, 근현대사 교수 등 전문가의 소견을 구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드라마와 관련해 “창작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드라마가 ‘픽션’이라는 변호는 해당 픽션이 실제 역사에서 너무도 많은 디테일을 가져왔을 때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당초 여주인공 이름을 실제 민주화 운동가였던 천영초 씨의 이름을 딴 ‘은영초’로 했다가 문제가 되자 ‘은영로’로 바꾼 점, 천영초씨의 남편인 정문화씨가 민청학련 사건 때 간첩으로 몰려 구속, 고문당했음에도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남파 간첩과 사랑 이야기를 펼치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베를린을 통해 대학원생으로 위장해 들어오는 남파간첩의 설정이 ‘동백림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 여주인공의 아버지 캐릭터인 은창수의 프로필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박준병 20사단장과 흡사하다는 점 등을 짚었다.
지난해 12월21일 JTBC는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며 “설강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 의도가 담긴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법원이 설강화의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시민단체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현재 설강화는 9회까지 방영됐다.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부장 박병태)는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드라마 제작사인 JTBC스튜디오를 상대로 제기한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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