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양한 유형의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현실에선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주거생활의 불편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고있다. 전문가들은 의식주의 하나를 해결하던 주거정책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정책적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신유진 기자
월급보다 빠르게 오르는 집값, 세입자 보호가 미약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기대하는 무주택자의 꿈이 공공주택(공공임대·공공분양)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을까. 정부가 ‘행복주택’과 ‘신혼희망타운’ 등 다양한 유형의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현실에선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주거생활의 불편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아 외면 받고 있다.
시세보다 저렴하고 주거안정이 보장된 공공주택이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역세권 공공주택으로 화제를 모은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동의 ‘서울가좌행복주택’에 지난 1월 24일 방문했다. 총 362가구로 구성된 서울가좌행복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해 2017년 2월 입주자 신청을 진행했다.

지하철 경의중앙선 가좌역 2번 출구를 나와 도보 1분 거리. 아파트 입구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면 단지 내 공원이 나온다. 반려동물이나 어린이와 산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관리사무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신혼부부들이 많이 거주하는 36㎡(이하 전용면적)와 기초수급자용 29㎡, 1인 가구가 거주하는 16㎡ 등 총 세 곳을 방문했다.
아쉬웠던 행복주택
입주민 공용시설인 피트니스센터. 첫번째 사진부터 두번째 사진은 피트니스센터 내부. 세번째 사진은 여자 탈의실. 네번째 사진은 샤워실 모습. /사진=신유진 기자

처음 방문한 곳은 36㎡로 거실과 방 1개, 화장실 1개 구조였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실이 제일 먼저 보였다. 2~3인 소파가 들어가면 거실이 꽉 차 여유 공간은 부족해 보였다. 거실 전면에는 베란다 문이 크게 있었다. 거실 바로 옆에 안방이 있고 퀸 사이즈 침대와 화장대, 옷장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이후 차례로 16㎡와 29㎡를 방문했다.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시설인 피트니스센터와 게스트룸, 영·유아 놀이방, 코인세탁실, 열람실은 종류도 많고 관리도 잘돼 있었다. 행복주택을 방문한 후 긍정적인 부분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입주민 전용시설은 잘돼 있고 1인 가구가 거주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신혼부부가 자녀를 낳고 미래를 설계하기에 비좁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최근 분양한 행복주택의 경우 59㎡도 외면받는 현실이다. 무주택자들이 공공주택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주택 품질의 문제도 있겠지만 사회적 차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임대주택에 대한 차별은 과거부터 계속해서 제기됐던 문제로 무주택자들의 임대주택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입주민 공용시설인 열람실. /사진=신유진 기자

실제로 임대주택에 대한 무주택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올해 9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 박모씨와 문모씨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분양한 ‘다산지금A5 행복주택’ 청약을 신청해 최근 당첨됐다. 박씨는 “예비 신혼부부로서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에 청약 공고가 뜰 때마다 지속적으로 넣었다”며 “원하던 입지에 신축, 저렴한 월세 등을 생각해 현재 당첨된 행복주택에 청약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임대주택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박씨는 “최근 초등학생끼리 친구가 임대주택에 살면 차별하고 무시한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어른들의 차별 인식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문씨는 임대주택 차별 문제는 안타깝지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관에서 찍은 모습(우)과 화장실(좌) /사진=신유진 기자

청약률 50% 이하… 다수 공가 발생
공공주택 비인기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0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진선미(더불어민주당·서울 강동구갑)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행복주택 20.1%(31지구) 국민임대 30.4%(21지구)가 청약 미달 상태로 나타났다. 최초 청약률과 재공고 청약률이 모두 50%를 넘기지 못해 공공주택은 계약률이 평균 50% 이하에 그쳤다.
임대주택 차별 문제는 정부와 사회가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노원구 A 아파트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바깥벽을 다른 색깔로 구분 지었다. 분양·임대주택이 같은 단지 내에 있지만 아파트 간 관리 시스템이 다르고 입주자대표회의도 따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마포구 B 아파트는 임대와 분양이 같은 동을 사용해 외관만 놓고 보면 차이가 없지만 입구와 엘리베이터, 비상계단 등 내부 설계를 통해 임대 주민을 분리시켰다. 4~10층 임대주택 주민은 비상계단 10층에서 11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막혀있어 사용할 수 없다. 임대주택 주민이 11층 이상 분양주택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한 설계다. 이 같은 설계 구조가 알려지면서 해당 아파트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입주민 공용 사용시설인 코인세탁실. /사진=신유진 기자

분양·임대주택 동·호수 동시 추첨 ‘소셜믹스’ 강화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동·호수 추첨을 동시에 진행하는 공개추첨제를 도입해 ‘소셜믹스’(Social Mix)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공주택을 단지 내 별동이나 남는 집 등으로 대체하던 관행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아파트 관리에 관해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공공주택 거주자로 구성된 임차인대표회의도 참여할 수 있게 법률전문가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심의단계에서 공공주택 품질관리위원회 검토를 거쳐 고품질의 공공주택 공급을 유도할 계획이다.

사진=신유진 기자

최저주거기준→‘유도주거기준’ 변경 필요
의식주의 하나를 해결하던 주거정책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정책적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발생하는 임대주택 문제에 대해 “정부가 ‘최저주거기준’을 너무 낮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춰 집들이 작게 지어진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주거기준은 주택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을 정한 것으로, 임 교수는 이를 유도주거기준(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을 유도하는 지표)으로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주거기준을 유도주거기준으로 바꾸면 현재 지적되는 면적 문제를 해결해 넓은 집을 공급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과거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구분해 짓던 것이 지금의 차별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임대주택의 경우 동을 따로 만드는 등 분리를 시켰는데 이 같은 방식이 차별을 자연스럽게 만드는 구조”라며 “지금 정부에서 소셜믹스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눈으로는 보이지 않게 하면 지금 같은 문제는 덜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