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내각이 국내외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강행하기로 한 건 결국 올 7월 참의원(상원)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당초 우리 측의 반발 등을 이유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미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을 강하게 요구'한 사실도 기시다 총리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주저했던 한 배경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니가타(新潟)현 소재 사도광산은 나가사키(長崎)현 소재 '군함도'(하시마·端島)와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곳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도외시한 채 사도광산이 17세기 에도(江戶)시대 일본 최대 금광이자 세계 최대 금 생산지였단 점 등만 부각해 이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해왔고, 이에 우리 정부는 수차례 우려와 반대의 뜻을 표명해왔다.
이는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던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 등에 따라 관련 시설물을 통해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알리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이를 현재까지 지키지 않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 집권 자민당(자유민주당) 내 우익 성향 인사들이 "한국과의 역사전쟁은 피할 수 없다"며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압박해오자 결국 지난달 28일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이후 이달 1일 각의(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후보 추천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했다.
한때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로 거명되기도 했던 기시다 총리는 작년 10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와 '아소(麻生)파'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의원내각제를 택한 일본에선 관례상 원내 다수당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직후 중의원(하원) 해산과 함께 실시한 총선거를 자민당의 승리로 이끌긴 했지만, 여전히 "아베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가 올 7월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에나 '홀로 서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승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기시다 내각의 최대 관심사는 참의원 선거일 것"이라면서 자민당의 보수 지지층을 끌어 모으기 위한 목적에서 사도광산 문제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한일관계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직돼 있는 상황에서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먼저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면 '참의원 선거를 포기할 거냐'는 당내 강경 보수들의 반발에 부딪혔을 것"이라며 "만약 지금 시점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기시다 내각은 단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후보로 추천함에 따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는 내년 3~5월 전문가 실사를 포함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사전심사를 거쳐, 같은 해 6~7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일본의 대내외 상황 변화에 따라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도 나온다. 만일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가 불발된다면 그 또한 일본 정부로선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 교수는 현재 유네스코고 세계유산 추천과 관련해 이견이 있는 경우 당사국 간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점을 들어 "내년 여름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며 "앞으로 일본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 사이 우리도 확실한 대응카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저마다 사도광산 문제를 다루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관련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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