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근거리 쇼핑 채널로 편의점이 주목받으며 가맹점 쟁탈전의 징조가 보이고 있다. 사진은 편의점 CU 내부 이미지./사진=BGF리테일
◆기사 게재 순서
① ‘제로섬 게임’ 편의점 가맹점 쟁탈전 뜨겁다
② 세(勢) 불렸지만… 편의점 전성시대의 이면
③ 늘어나는 무인점포, 어디까지 왔나
전국 편의점 수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5만개를 넘어섰다. 한국 인구 수가 5000만명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단순히 계산해도 1000명당 1개 수준이다. 그야말로 ‘편의점 왕국’이다.

이 편의점 왕국의 천하통일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편의점의 왕좌 탈환전은 CU와 GS25의 일로만 보였다. 점포 수를 두고는 1만5000여개 수준에서 CU가 근소하게 앞섰고 매출에서는 GS25가 우위를 보였다.

여기에 최근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가 치고 올라왔다. 지난 1월 업계 5위의 미니스톱을 인수한 것이다.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은 1만110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점포 수가 규모의 경제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지표로 꼽힌다. 점포가 많을수록 구매력이 높아지고 납품 업체와의 협상력도 커지며 물류비용까지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편의점 점포 수./인포그래픽=김은옥 기자
하지만 점포 수 경쟁을 벌이기엔 늦은 면이 많다. 편의점 자율규약(기존 편의점 반경 50~100m 이내 신규 출점 금지)에 따라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니스톱은 매물로 나올 때마다 점포를 크게 늘릴 마지막 기회로 불렸다.
롯데의 한국미니스톱 인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한국미니스톱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에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미니스톱의 대주주인 이온그룹이 매각을 철회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기다려라. 참고 또 참고 기다려라. 그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다.” 유비의 말처럼 기다리니 기회는 왔고 롯데는 놓치지 않았다. 2600여개 점포 수의 미니스톱을 업은 세븐일레븐이 가세하면서 ‘편의점 삼국지 시대’가 열렸다.

재계약 앞둔 5000여점, 10% 간판전쟁 치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세븐일레븐, 롯데가 인수한 미니스톱(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장동규 기자
올해는 가맹점주의 선택을 받기 위한 ‘빅3’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5000여개의 편의점이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전체 편의점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점포 수를 두고 싸우는 가운데 신규 출점이 어렵다면 간판을 바꾸게 하는 수밖에 없다. 전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사람’이다. 때문에 업계는 지원금과 이익배분율을 조정하고 복지 혜택을 늘리며 가맹점주를 유혹하고 있다.

CU는 올해 상생안을 가맹점의 실질적인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원 제도로 개편했다. ▲상품 발주 지원 확대(폐기 지원금 확대) ▲신상품 도입 지원금 신설 ▲운영력 인센티브 도입 등이 핵심이다.

GS25는 18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의 상생안을 내놨다. ▲일상회복 상생 지원금 일괄 지급 ▲사기 보상 피해 보험 본부 지원 ▲10년차 장기 운영 지원 혜택 ▲재계약 지원금 인상 ▲프레시푸드 활성화 판촉 지원 확대 ▲뉴 콘셉트 점포 투자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세븐일레븐은 기존 가맹점은 지키면서 인수한 미니스톱 가맹점을 최대한 많이 가져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세븐일레븐의 주요 상생안은 ▲점포 안심 보험 ▲가맹점주 대출 이자 지원 ▲저수익 가맹점 해지 비용 50% 감면 ▲시설장비 유지보수 지원 확대 등이 있다.

퀵커머스로 깃발 잡는다

GS25가 우딜-주문하기앱과 함께 배달서비스를 전개한다./사진=GS리테일
편의점은 점점 덩치가 커지고 존재감도 짙어지고 있다. 1~2인 가구가 국내 핵심 가구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접근성과 편의성이 좋은 편의점이 생활 쇼핑 채널로 인기를 얻었다.
현재 편의점은 유통 채널을 넘어 생활 편의시설로도 주목받고 있다. 상비약 판매와 택배는 물론 각종 민원 문서 출력, 짐 보관, 세탁,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이 가운데 판도를 가를 서비스로 꼽히는 것은 배달, 즉 퀵커머스(즉시 배송)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배달 수요가 크게 커지면서 편의점도 그 흐름에 올라타야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CU는 가장 발 빠르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로나19 발발 이전인 2019년 요기요와 손을 잡았다. 현재 요기요 외에도 오윈, 위메프오 등 배달 플랫폼을 비롯해 카카오, 네이버라는 양대 포털과 함께 전국 7000여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지난해 요기요를 인수하는 선택을 했다. 요기요를 통해 소매점과 물류 센터망이 결합된 도심형 마이크로풀필먼트(세분화된 주문에서 최종 배송까지의 과정)를 구축해 퀵커머스 시장에서의 선도적인 역할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배달 서비스를 크게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자체 모바일 앱, 카카오톡 주문하기, 위메프오, 우리원뱅크 등을 통해 4500여개 점포에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배달 서비스 운영 점포를 6000점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하면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편의점 창업 수요는 꾸준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시장이 불확실해지면서 업계 전체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