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틀째인 11일 일본 총리와 통화를 갖고 주한 미·중 대사들과도 잇따라 만나면서 주요국과의 외교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당선 인사와 덕담이 오간 상견례 성격이었지만 윤 당선인의 외교 기조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미국과의 대화에서 '혈맹관계'를 강조하면서 한미동맹 '재건'을 다짐했고, 일본에도 실용적·미래지향적 관계를 제안하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중국과도 양국관계 발전을 다짐했지만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언급하는 등 미·일과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우선 윤 당선인의 수락 연설 5시간 만에 전날(10일) 한반도 주변 4강인 미·중·일·러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가장 먼저 전화 통화를 했다. 윤 당선인의 외교정책 최우선 순위가 한미관계에 있음이 드러난다.
두 사람은 통화에서 안보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다방면에서 한미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대처하기 위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기로도 약속했다.
양측은 조속한 시일내 첫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말 '쿼드(Quad)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방한을 검토 중인 상황인데, 이 시기에 회담이 성사되면 역대 최초로 새 정부 출범 한달 내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여의도 당사 당선인실에서 크리스토퍼 델코소 주한미국대사 대리를 접견하고 한미동맹 관계를 '재건'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당선인은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가"라고 강조하면서 "서로의 안보를 피로써 지키기로 약조한 국가이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관계가 다시 자리를 잡아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미 간의 모든 부분에서 굳건한 관계가 재건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의 이와 같은 대미(對美) 메시지는 후보 시절 부터 내세웠던 외교 공약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친북·친중에 치우쳐 한미동맹이 무너졌다고 보고 한미동맹과 각 분야별 한미 협력 강화를 강조해온 만큼 향후 외교 기조 역시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한일 협력과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하는 유화적 메시지를 보였다. 그가 선거 기간 북한 위협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일본과의 관계 개선 역시 외교의 주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한국과 일본 양국은 동북아 안보와 경제번영 등 향후 힘을 모아야 할 미래과제가 많은 만큼 양국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자"고 기시다 총리에게 말했다. 또 "양국 현안을 합리적으로, 상호 공동이익에 부합하도록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취임 후 한·미·일 3국이 한반도 사안 관련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6월 대선 출마선언에서 과거사 문제와 수출규제 문제 등 한일 간 모든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그랜드 바겐'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통화에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우호' '협력' '공조' 등의 단어가 강조됐다는 점에서 향후 대일 외교에서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날 기시다 총리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스템과 관련된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한일 양국과 한미일 3개국 협력 중요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윤 당선인이 언급한 '한미일 공조 강화'와 같은 맥락이다.
윤 당선인이 미국과 일본 정상 순서로 통화를 가진 점도 문재인 대통령과 당선 직후와 비교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17년 5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가장 먼저 통화를 했고, 이튿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하고 이어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통화를 했다. 특히 시 주석과의 통화는 일본보다 앞섰다는 점뿐만 아니라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한 것이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윤 당선인은 아직 시 주석과 전화 통화를 가질 계획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당사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 시 주석의 축전을 전달받았다.
축전에서 시 주석은 당선을 축하한 뒤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며 "올해는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 중국 측은 한국 측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우호협력을 심화해 중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해 양국과 국민들에게 복지를 가져다 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싱 대사에게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고 중국의 3대 교역국이 우리"라면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의 발전을 위해 양국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책임있는 세계국가로서 중국의 역할이 충족되길 우리 국민이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등 지역 안보 현안과 관련해 중국 측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실제 선거 기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배치나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용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협력 등을 내세우며 대중 관계에 있어 문재인 정부와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결국 윤 당선인은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 있어 한미일 3각협력을 강화하되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려는 의지를 당선 직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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