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의용군을 자처하며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로 향한 해군특수전전단 대위 출신 유튜버 이근.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출국 사실을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 이후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됐다. 여행 경보 4단계(여행 금지) 지역을 여행·체류하는 국민은 여권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행정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형법상 한국인은 외국 전쟁에 참전할 수 없다. 정부의 허가없이 단독행동을 한 이근은 “1년 징역 또는 1000만원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협박을 받았다. 하지만 처벌받는다고 우리가 보유한 기술, 지식, 전문성을 통해서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지 않고 이 상황에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떠나야 했던 이유를 전했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11일 이근을 여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이후 여권 무효화 등 행정제재 절차에 들어갈 것을 시사했다. 정부가 이근 일행에 대해 여권 무효 등 행정제재뿐만 아니라 형사고발 방침까지 즉각적으로 밝히며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이번 무단 입국 사례를 엄중하게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근은 우크라이나에 가는 과정부터 도착 시점까지 꾸준히 인스타그램을 업로드했다. 협찬 받은 제품을 사진 찍어 해시태그까지 걸어 자랑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사관 오피셜. 최초 대한민국 의용군 ROKSEAL, 우크라이나로 출국. 우리 임무에 펠리칸 케이스를 협찬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자 재빨리 협찬 관련 내용만 삭제하기도 했다.
도착 후 이근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한 지인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추모하기도 했다. 본인 관련 기사를 캡처하며 정부를 향해 지적하는 글도 올렸다. 여권 무효화 대신 본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라는 미션까지 안겼다. 이어 “우리는 최전방에서 전투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근은 한국전쟁 때 우크라이나가 준 도움을 되갚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소련권 국가로 북한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이근의 말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차례 사망설에 휩싸인 그는 직접 생존신고를 하며 “살아있다. 가짜뉴스를 그만 만들어라 매일 전투하느라 바쁘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해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돕겠다고 직접 나서는 건 결코 쉽지 않은 행동이다. 이근은 대한민국 소속 특수부대 출신이자 군인이다. 하지만 군인이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는 걸 가장 잘 인지하고 있을 자신이 이 같은 행동으로 국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한 채 독단행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이근과 함께 의용군으로 참전하겠다며 우크라이나로 출국한 2명이 귀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계는 여권법 위반 혐의를 받는 2명에 대해 자가격리가 끝내는 대로 정식 조사할 방침이다. 이근은 이들과 함께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근에 대해 ‘입국 시 통보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국 시 통보조치는 대상자가 입국할 때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 경과에 따라 이씨를 입국 직후 체포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여권법 위반뿐만 아니라 사전죄(私戰罪) 등도 적용될 여지가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은 국가의 선전포고나 전투 명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인(私人)이 외국을 상대로 전투하는 걸 의미한다(형범 111조). 사전죄를 범한 자(미수범 포함)는 1년 이상의 유기금고형을 받을 수 있고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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