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정권 교체기를 전후로 한 북한의 무력도발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4일 오후 평양 순안국제공항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1080㎞, 정점고도는 6200㎞ 이상으로 탐지됐다.
북한은 그동안에도 우리나라의 주요 선거 때마다 도발 카드를 꺼내들며 영향력 행사를 시도해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1958년 이후 우리 대선 즈음에 벌어진 북한의 무력 도발을 통계화한 자료를 보면 북한은 김일성 정권 땐 대선일로부터 평균 85일, 김정일 정권 땐 평균 106일을 전후로 군사도발을 벌였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에선 이 기간이 대선일 전후 15일로 대폭 단축됐다. 북한의 이날 ICBM 발사 또한 대선일로 정확히 보름 만에 이뤄진 것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집권한 2011년 이후 치러진 우리 대선은 제18대와 19대,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한 이달 9일 20대 선거 등 모두 3차례다.
북한이 남한의 대선기간에 맞춰 도발에 나선 사례는 1987년 11월29일 대한항공(KAL) 여객기 858편 폭파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부활한 그해 12월16일 13대 대선을 불과 2주 앞두고 벌어졌다. 당시 선거에선 여당이던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북한은 1992년 12월18일 14대 대선을 앞둔 시점엔 별다른 군사도발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인 1993년 1월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고, 같은 해 5월30일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노동1호'를 시험 발사했다.
1997년 12월18일 15대 대선 전후론 북한의 도발이 많았다. 그해 6월5일엔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 함정에 함포사격을 가했다. 또 같은 해 7월16일엔 북한 병사 14명이 비무장지대(DMZ) 일대 3곳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와 군사적 긴장을 조성했다.
게다가 15대 대선 당시엔 청와대와 보수 정당이 북한 측에 휴전선 일대에서 무력시위를 벌일 것을 요청했다는 '총풍'(銃風)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은 보수 정당(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기획됐으나, 실제 선거에선 남북 평화 모드를 예고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 당선 185일 뒤인 1998년 6월22일 강원도 속초 인근 동해안에서 북한 잠수정이 그물에 걸린 채 발견됐고, 같은 해 8월31일엔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소재 동해위성발사장에서 탄도미사일 '백두산 1호'(대포동 1호)를 쏴 올렸다.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는 그해 6월29일 '제2연평해전'이 발발했다. 또 북한은 그해 12월 16대 대선(12월19일)을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에 '제네바합의'를 파기하며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북한은 노 전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인 2003년 2월24일엔 동해상으로 지대함 순항미사일 '금성 1호'(KN-01)를 시험발사를 했고, 그보다 나흘 앞서 연평도 인근에선 북한군 미그(MiG) 전투기 1대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17대 대선 직전엔 북한의 도발이 없었다. 그러나 북한은 같은 해 5월25일과 6월19일·27일 동해상으로 '독사'(KN-02) 등 단거리단도미사일(SRBM)을 연달아 발사했다. 북한은 이 전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만인 2008년 3월28일에도 서해상에서 '금성 1호'를 쐈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 돌입 후 첫 남한 대선이었던 2012년 18대 대선 땐 투표 1주일 전인 12월12일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3호'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로켓 '은하 3호'에 실려 발사됐다. 북한은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3년 2월12일엔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2017년 19대 대선(5월9일)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도 북한은 무력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 한 달 동안에만 Δ1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Δ21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KN-15) 발사 Δ27일 반항공(대공) 미사일 '번개-5형'(KN-06) 발사 Δ29일 스커드 개량형(KN-18) SRBM 발사 등 무력시위를 연이어 벌였다.
2017년 11월29일 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며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남북·북미정상회담 등이 잇달아 열린 2018년엔 도발을 자제했다.
그러나 북한은 올 들어 이날까지 탄도·순항미사일과 방사포 발사 등 총 12차례에 걸쳐 무력시위를 벌엿고, 특히 지난 4년여간 ICBM 시험발사까지 재개했다. 북한은 핵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예고해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내달 15일 제110주년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을 맞는다는 점에서 이 시기를 전후로 무력시위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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