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음식주문, 택시·대리 호출, 숙소 예약까지 모든 게 스마트폰 하나로 가능해졌다. 소비자들은 편리함에 열광했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이제 '편리함'에 대한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플랫폼을 통한 음식 배달이나 대리운전 비용은 올라도 너무 오르는데 정작 노동자의 수입은 크게 늘지 않는다. 게다가 배달업으로 인력이 몰리면서 산업 현장은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1>은 '플랫폼의 역습'을 5회에 걸쳐 진단한다.

서울의 숙박업소 밀집지역이 한산하다. 뉴스1 © News1 DB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매달 두 곳의 숙박애플리케이션(앱)에 지급하는 광고비만 600만원이다. 게다가 건당 10% 정도의 수수료도 내야 한다. 그나마 장사가 잘되면 견딜 수 있지만 (코로나로) 계속 적자라서 힘이 든다. 그렇다고 플랫폼과 계약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숙박업체를 운영하는 40대 김모씨)
숙박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에 지급하는 광고비와 수수료 부담이 지나치다는 호소가 터져나오고 있다. 숙박업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독점한 후 가맹점주에게 높은 수수료를 책정할 뿐 아니라 광고를 볼모로 출혈 경쟁도 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을 뺄 수도 없다. 이미 숙박앱에 가입하지 않으면 영업이 힘들 정도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종속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숙박업계에선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선택사항이라지만…" 자영업자들, 플랫폼 광고 상품 부담 호소

20일 업계에 따르면 숙박업 플랫폼 기업은 2000년대 초중반 숙박업소 예약 시스템 형태로 시작해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10여 년 전부터 급성장했다. 숙박업 플랫폼 기업의 등장은 숙박업계에 존재하지 않던 중간 유통업자가 등장한 셈이다. 마땅한 홍보 수단이 없었던 업계는 별다른 거부 반응 없이 받아들였다. 표면적으로는 정찰제 영업을 해왔지만 적합한 요금인지 아닌지에 의문을 제기해 왔던 소비자 역시 예약 시스템에 긍정적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느끼는 편리함과 할인 혜택은 덤이었다.

플랫폼과 숙박업계,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만 같던 상황은 플랫폼 기업이 고래로 성장하면서 반전됐다.


우선 자영업자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과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숙박업체에 카드 수수료를 빼면 약 6.5~11.5%의 건당 수수료를 받고 있다.

특히, 광고 상품이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싼 광고 상품을 사용할수록 상단에 업체가 노출되고 플랫폼 기업에서 발행하는 할인쿠폰 규모도 커진다. 광고 상품은 지역별로 상품 단가가 다르게 책정돼 있는데 서울시 기준, 기본 45만원부터 300만원 상품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400만원의 상품도 있다고 주장한다. 통상적으로 소비자가 앱 화면 상단부터 업체를 보는 시스템이기에 노출 위치는 매출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게다가 할인쿠폰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들도 상당하기에 숙박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광고비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야놀자 (사진제공 = 야놀자) © 뉴스1

◇ "숙박업체 지급 수수료·광고비, 평균 293만원"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숙박 플랫폼을 활용하는 숙박업소 점주의 94.8%가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이 과도하다고 답했다. 숙박업체가 플랫폼 기업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광고비는 평균 293만6000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들은 현재의 구조라면 소비자도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 숙박업 종사자는 "할인쿠폰 때문에 플랫폼에서의 가격과 실제 현장에서의 가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할인을 위해 2개의 가격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숙박업체 대표는 "수수료와 광고비로 매출이 줄면 당연히 손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은 요금 대비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플랫폼 업체는 숙박업체의 불만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비판에는 "해외 플랫폼은 수수료가 20%대인데 우리나라는 10%"라며 "10%에서도 제반 비용을 빼면 6.2% 정도"라고 반박했다. 광고 상품이 숙박업체를 힘들게 한다는 지적에는 "광고 상품은 선택의 영역으로 최대 비용은 300만원으로 제휴 업체의 2%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한 숙박 플랫폼 관계자는 "과거에도, 현재도 자영업자들과의 상생 정책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며 "내부에 상생 TF를 꾸리고 업계와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출 금리 인하나 수수료 인하 정책을 비롯해 코로나19 사태나 자연재해로 피해를 본 지역에 대한 수수료 전액 면제와 광고비 전액 환급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숙박업 플랫폼은 이미 독과점이 된 지 오래다. 현재 국내 숙박앱의 국내 점유율은 야놀자가 약 70%, 여기어때가 25%로 양분하고 있다. 공룡이 된 이들은 단순히 예약 중개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모텔을 운영하고 숙박용 비품 납품 등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골목상권도 침해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숙박 플랫폼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왔다. 야놀자의 2021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92% 증가한 53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748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29.8% 증가했다. 여기어때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4.9% 오른 155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어때 (사진제공 = 여기어때) © 뉴스1

◇ 자영업자들 "플랫폼, 상생 정책 필요…수수료·광고비 낮춰야"
물론 플랫폼에 대한 견제는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선 박성중 의원이 플랫폼의 역습을 지적하기도 했다. 숙박업중앙회가 공정위에 신고했으며 공정위 역시 지난해 중반부터 연말까지 야놀자와 여기어때 등을 대상으로 할인쿠폰이나 광고 상품 노출 기준 등에 관한 중요 정보를 계약서에 포함하고 계약 체결 시 숙박업소에 서명받도록 해 개선을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플랫폼이 직접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숙박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은 플랫폼 기업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만큼 자영업자들을 위한 이익 공유 등의 상생 정책을 펴달라고 요구한다. 한 자영업자는 "숙박업계에서 플랫폼이라는 중간 상인이 생겨난 셈"이라며 "우리가 낸 통행세가 플랫폼 기업의 수익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수수료와 광고 상품 단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숙박 플랫폼의 성장에는 제휴업체의 공이 있는 만큼 이익 공유제를 통한 상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서둘러 처리해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여의 의원을 비롯해 정부안까지 8건의 플랫폼 규제 법안이 계류돼 있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정의, 중개거래계약서 교부 의무,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또 플랫폼 기업과 이용사업자 간 계약서에 수수료, 광고비 부과 기준, 검색 순위 결정 기준 원칙 등의 사항을 담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부터 공정위의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장하는 수준 등으로 법안 간 차이가 크다. 다만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여야의 입장 차가 크고 여소야대 국면이라 법안 처리 가능성을 쉽사리 예측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 숙박업 종사자는 "숙박 플랫폼이 숙박업주도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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