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한국을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 도약시켜 '한국판 넷플릭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천명했다. 현실화 가능성에는 고개가 갸우뚱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2020년 한국판 넷플릭스를 무려 5개나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결국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부처 간 알력다툼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흥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부처의 권한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는 줄다리기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OTT의 법적지위를 마련하는 법안부터 지난해 11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2소위에서 의결이 보류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가 OTT 산업 주도권을 놓고 양보 없이 맞선 까닭이다.

다행히 문제 해결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국회 과방위는 지난 4월 2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OTT를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역무'로 정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해 OTT의 법적 정의가 마련됐다. 국회 문턱을 완전히 넘지는 못했지만 사업자는 영상콘텐츠 제작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세제 지원의 열쇠를 쥔 기획재정부가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밝혀 또다시 답보 상태에 빠졌다. 기재부는 OTT 규정으로 1인 미디어까지 지원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 이외 다른 법 개정 상황까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예전과 다를 게 없다고 한숨 짓는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원하는 영비법 개정을 위해 여러 부처가 OTT를 부처 영향권 하에 두려는 물밑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정안에서 세제지원 대상이 제작주체로 제한돼 OTT 플랫폼 투자 활성화 지원 효과가 반감되는 것도 미흡한 부분이다. 국내 OTT가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면 제작사는 수익이 난다. 이후 제작사는 법인세를 감면받지만 OTT는 세제지원이 없어 100%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다. 국내 OTT 업계는 투자비 지원을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비를 투자하는 OTT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에 맞서기 위해 국내 OTT들은 콘텐츠 투자비를 늘리고 있는데, 이에 영업손실은 계속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미디어 전략 관련 '컨트롤 타워'를 맡을 전담기구가 설치될지 관심사다. 컨트롤 타워가 마련돼 방통위,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들의 교통정리에 성공한다면 한국판 넷플릭스도 꿈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꺼내 들고 몇 년 동안 헤매다 결국 제자리걸음을 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였던 추진력으로 얽히고 설킨 OTT 진흥책 마련에 나서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