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과거 재직했던 B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전날 확정했다.
A씨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를 어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 4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또는 근로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별한 사정 없이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모든 임금피크제가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016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46.8%다. 해당 조사가 진행된 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K·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집단들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만큼 이번 판결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건비 상승과 노동자들의 소송 제기가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다. 한국은 연공급제(호봉제) 위주의 노동환경으로 연차가 쌓인 노동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더불어 노동계가 지금껏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해온 만큼 이번 대법원 판단을 시작으로 노동자들의 잇따른 소송 제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줄소송 사태와 인력 경직성 심화로 기업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임금피크제가 무효화되면 청년일자리, 중장년 고용불안 등 정년연장의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계는 대법원 판단 직후 입장문을 내며 산업계에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피크제는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 널리 활용돼 왔다"며 "고령자의 고용불안, 청년구직자의 일자리 기회와 밀접하게 관련돼있는 만큼 향후 관련 판결들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과 법의 취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신중하게 내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이번 판결은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며 "향후 관련 재판에서는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 확대 등 임금피크제가 갖는 순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신중한 해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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