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집단들이 최근 향후 5년 동안의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반도체·바이오·정보기술(IT) 등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총 8만명을 직접 채용할 방침이다. SK그룹과 LG그룹은 각각 5만명을 채용할 예정이고 ▲포스코그룹 2만5000명 ▲한화그룹 2만명 ▲GS그룹 2만2000명 ▲현대중공업그룹 1만명 등의 채용계획이 발표됐다. 이들 기업이 밝힌 채용 규모는 25만명이 넘는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해 향후 3년 동안 3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롯데그룹은 아직 구체적인 채용 규모를 내놓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채용계획 발표로 임원들이 좌불안석하게 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 규모가 몇 년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한 기존 직원을 내보내야 신입직원을 뽑을 수 있을텐데, 퇴사 직원 대부분이 임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규직 직원들은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기 때문에 함부로 퇴직시킬 수 없기에 임금이 높으면서 계약직인 임원 정리가 수월하다는 관측이다.
임원은 일반 직원과 다르게 임기 1년의 계약직이 대부분이고 성과에 따라 계약기간이 연장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계약이 해지돼 퇴사시키기에 '임원은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존재한다. 특히 미등기임원은 일반적으로 등기임원보다 해고 부담이 덜하고 일반 직원보다 평균 급여가 높아 이들을 퇴사시키면 인건비 절약 효과도 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일반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4400만원이었지만 미등기임원 평균 급여액은 7억9000만원에 달한다. 미등기임원이 일반 직원보다 5배가 넘는 급여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평균적으로 일반 직원이 1억1500만원, 미등기임원이 6억1500만원을 받았고 현대자동차는 일반 직원이 9600만원, 미등기임원이 5억2900만원을 수령했다. 각각 미등기임원이 일반 직원보다 5.3배, 5.5배 높은 급여를 받았다.
과거에는 '회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임원으로 승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원 승진 시 회사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인식이 주를 이뤘고 임원에게만 제공되는 차량, 전용 사무 공간, 개인 기사 및 비서 등도 큰 메리트였다.
이랬던 임원의 위상은 최근 들어 한풀 꺾였다. 성과 압박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계약 연장도 불투명하다. 임원으로서 연차가 쌓이면 일반 직원보다 월등히 높은 급여를 받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경우에 따라 1년차 임원은 연차가 높은 부장보다 급여가 적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기업에선 임원 승진을 통해 연차 높은 부장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빨리 올라가면 그만큼 빨리 나간다는 농담도 있지 않느냐"며 "회사가 인건비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는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도 달갑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대기업들은 임금이 높은 임원들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총액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소위 말해 자신의 삶을 갈아 넣어야 한다"며 "선배들은 승진을 위해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갖는 경우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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