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 아파트. 준공 38년 된 단지 뒤로 신축 아파트 '디에이치자이개포'가 보인다. /사진=김노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르포] 일원 개포한신, 제2의 '디에이치자이개포' 될까
(2) [르포] 원조 부촌 노리는 '방배 신동아'… 현대·GS·포스코 입찰 예고


서울 강남 끝자락 마지막 개발지로 불리는 개포지구. 서울 도심에서 지하철로 40분 이상이 소요되지만 구룡마을 판자촌 개발을 끝으로 신흥 부촌을 꿈꾸는 강남구 개포동과 일원동 일대가 새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지역이 될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1984년 입주해 올해로 38년째를 맞는 강남구 일원동 개포한신 아파트(이하 '일원개포한신') 재건축조합은 오는 6월 11일 시공능력평가(시평) 3위(2021년 기준)인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업은 강남이란 입지적 조건으로 대형건설업체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됐지만 GS건설의 두 차례 단독 입찰로 유찰돼 국토교통부 고시(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수의계약 조건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디에이치자이개포 성공 이을까
일원개포한신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본사가 있는 지하철 3호선 대청역에서 250m 떨어진 역세권 단지다. 일원초·중동중·중동고 등이 가까워 명문 학군을 갖췄다. 무엇보다 지난해 7월 입주한 1996가구 규모의 대단지 '디에이치자이개포'가 바로 옆에 있어 오래된 아파트 사이사이로 35층 새 아파트의 화려함이 대조된다.


현재 최고 13층 364가구 규모의 일원개포한신은 재건축 후 최고 35층 498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일원개포한신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해 9월 82㎡(이하 전용면적) 21억원(7층)이다. 바로 옆의 디에이치자이개포는 84㎡ 지난해 실거래가가 24억~29억9000만원이다.

단지 안팎 곳곳엔 대형건설업체들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인근 단지인 개포우성7차에는 '정비구역지정 고시를 축하드립니다. 현대건설 임직원 일동', '경축 개포7차 우성아파트 정비구역지정 고시. 성공적인 재건축사업 진행을 GS건설 자이가 응원합니다!'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일원개포한신 역시 지난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당시 현장설명회 때만 해도 시평 10대 건설업체 가운데 삼성물산·GS건설·포스코건설·대우건설 등이 참여해 수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일원개포한신 재건축조합은 2018년 1월 추진위원회 설립 후 같은 해 11월 조합설립인가가 났고 지난해 10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데 성공하며 빠른 사업 속도를 보였다. 단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하지만 강남 알짜 입지라는 강점으로 업계에선 개포현대4차, 개포우성7차 등과 함께 '개포 삼총사'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진행한 입찰에서 GS건설의 단독 응찰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이어 올 2월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결과 시평 10대 업체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과 83위 업체인 대우산업개발이 참석했다. 지난 4월 재입찰 공고와 현장설명회 때는 GS건설만 단독 참여했다. 조합은 오는 6월 11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어 GS건설과의 시공 수의계약 체결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조합 관계자는 "수의계약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일대 아파트 /사진=김노향 기자
단독응찰 무슨 일?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 정비사업은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지만 최근에는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상황을 좀 더 신중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나고 조합 등 사업자가 제시하는 공사 단가가 낮아졌지만 수익성이 높은 강남 재건축의 경우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업체에는 더욱 치열한 일감 경쟁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지난 수년 동안 시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최근엔 공사비 증가뿐 아니라 중대재해, 건설안전 등 각종 리스크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단독 응찰로 유찰된 사업지인 경우 업체들의 관심이 적고 사업성이 낮다는 것임에도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업체는 응찰할 것"이라며 "수의계약 시엔 시공사의 협상력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경쟁업체를 비방하거나 금품·향응을 제공하며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던 수년 전의 상황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건설업계 한 임원은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공사비 내부 검증이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건설재료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3월 113.28에서 올 3월 138.73으로 22.5% 올랐다. 철근, 목재 등 주요 자재는 상승률이 30%대를 넘었지만 국토부가 정하는 기본형건축비는 같은 기간 8.0% 오르는 데 그쳤다. 기본형건축비는 아파트 분양가 심의 기준이 된다.

시멘트의 톤(t)당 가격은 2020년 6만700원에서 지난해 6만2000원으로 올랐다가 국제 유연탄 가격 급등으로 올들어 두 차례 인상돼 9만800원까지 치솟았다. 일원개포한신 조합이 당초 제시한 예정 공사비는 약 1968억원으로 3.3㎡당 656만원이다. 지난해 책정된 재건축 공사비는 3.3㎡당 627만원으로 더 낮아졌다. 올 초 롯데건설이 수주한 강남구 청담동의 리모델링 공사비(3.3㎡당 799만원)보다 21.5% 낮다.

시공계약을 맺은 현장에서 공사비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마저 발생했다. 국내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손꼽힌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은 조합과 시공사가 5000억원대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분쟁이 일었고 급기야 지난 4월 15일 이후 한 달 반째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